▲ 가야의 거리에서 전기차 시승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민간단체 지정 ‘세계 차 없는 날’
시, 김해시청·가야의거리서 각종 행사

공무원 하루 차 없이 출근하기 캠페인
시민 대상 전기차 5종 시승 이벤트도

홍보 부족 탓 대다수 시민들 ‘무관심’
평소처럼 시내 곳곳 극심한 정체·혼잡


"오늘은 차 없는 날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지난 22일 오전 8시 '자가용 승용차는 두고 오세요'라고 적힌 띠를 어깨에 두른 공무원들이 김해시청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이들은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을 정지시킨 뒤 공무원인지, 시청에 볼일이 있어 온 민원인인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들어가면 안 되나요?" 시민들은 몰랐다는 듯 되물었다. 한 공무원은 "깜빡했다"면서 한숨을 쉬며 자동차 스티어링휠을 돌렸다. 이날은 '승용차 없는 날'이었다.
 
이 행사는 1995년 프랑스 라로쉐, 영국 바스, 아이슬랜드 레이캬비크에서 처음 시작됐다. 1997년에는 영국에서 전국적 단위의 캠페인이 처음 진행됐다. 2000년에는 제1회 '유럽 차 없는 날' 행사가 펼쳐졌다. 2001년에는 국제적 민간단체인 '월드 카프리 네트워크'가 9월 22일을 '세계 차 없는 날(월드 카 프리 데이)'로 지정했다.
 

▲ 허성곤(왼쪽에서 세 번째) 김해시장이 경전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

환경부는 9월 19~23일을 '친환경 교통 주간'으로 정하고 친환경 교통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해시는 2009년부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차 없이 출근하기 행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 등 유관기관에서도 '차 없는 날'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오전 7시부터 도보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친환경 교통 주간' 홍보지를 나눠줬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 뒤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총 398대를 수용할 수 있는 시청 본관과 별관 주차장은 민원인 차량을 제외하면 한산했다. 반면 시청 앞 도로 갓길에는 불법 주차 차량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인근을 지나가는 차들이 뒤엉켜 혼잡을 빚기도 했다.
 
같은 시각 부산김해경전철 시청역사 주변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거리 캠페인'이 벌어졌다. 공무원들은 경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홍보지를 나눠 주며 '차 없는 날' 행사를 홍보했다.
 

▲ 시청 주차장 입구에서 진행된 '차 없는 날' 홍보전.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날이 '차 없는 날'인지를 모르거나 아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경전철로 출·퇴근하는 김 모(33·불암동) 씨는 "홍보가 부족했다. '차 없는 날'이 있는지, 캠페인을 실시하는지 여부를 다들 잘 모르는 것 같다. 공무원들끼리 '실적쌓기 행사'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평소에는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홍보 활동을 하려면 경전철 역사가 아니라 차량 통행량이 많은 도로 곳곳에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는 박 모(45) 씨는 "오늘이 '차 없는 날'인 줄 몰랐다. 아이가 있어서 학교에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은 꿈도 못 꾼다.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는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배려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내년부터 '차 없는 날'에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전철 요금 할인, 공영주차장 이용 제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모(40·여·삼방동) 씨는 "하루만이라도 대중교통 요금 할인 등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거나 행사를 이해했을 것이다. 단순한 홍보활동만으로 그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 출근시간에 텅 빈 김해시청 별관 주차장.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시청 주차장 차량 통제와 경전철 캠페인은 2시간만에 끝났다. 마치 군 검문소처럼 엄격했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어 차들은 자유로이 드나들었다. 오후가 되자 텅 비었던 주차장은 다시 차들로 가득 차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시청 주차장 입구에서 진입 통제가 진행되던 시각, 김해의 교통 대동맥인 김해대로에는 출근하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느릿느릿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앞차가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뒷차는 짜증 섞인 경적소리로 재촉했다. 앞차 뒷꽁무니에 바짝 붙어있던 한 차량은 적색 신호에 꼬리물기를 감행하기도 했다.
 
봉황역 인근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한 경찰관은 "교통 흐름은 평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에 볼 수 있는 풍경은 '차 없는 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김해시는 '차 없는 날'을 맞아 전기자동차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의종~국립김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가야의 거리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시민들에게 전기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아자동차 레이EV와 쏘울EV, 르노삼성자동차 SM3 Z.E, BMW i-3,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등 5종이 전시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200회 이상 시승이 이뤄졌다.
 
시승에 참가한 시민들은 전기자동차의 승차감이나 성능이 예상 이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주(46·삼정동·여) 씨는 "김해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고 행사에 참가했다. 대형승용차를 갖고 있어 기름값 부담이 컸다. 전기자동차 수준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공동주택 전기 충전, 장거리 운전 시 잦은 충전이 선택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정선아(38·구산동·여) 씨는 "아파트에서 충전을 하기 쉽지 않은 점이 부담이다. 충전 문제가 해결된다면 출·퇴근용으로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배미진 기자 cycl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