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그린처방의원’ 발표
의약품 과용 사회문화 개선 취지

“필요한 약만” 김해 17곳도 포함
효능·비용 측면 부담 적은 약만

“의사 재량권 위축” 우려 있지만
과도한 처방 고치는 데 기여 평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31일 '그린처방의원' 2166곳을 발표했다. 김해에서는 17개 의원이 선정됐다.
 
'그린처방의원'은 의약품을 적정하게 처방해 약품비를 절감한 의원을 분기별로 선정해 발표하는 제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권성희 차장은 "적정 처방이 어느 수준이라는 식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국민들 가운데 약을 많이 쓰는 게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문화가 있는 만큼,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을 알려주자는 게 그린처방의원 제도의 취지"라고 밝혔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소비가 많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비 중 의약품 지출이 20.6%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회원국들의 평균 15.9%보다 높은 것이다. 구매력지수를 기준으로 본 2014년 1인당 의약품 판매액도 OECD 회원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 관련 의약품 소비량은 회원국의 최고치인 442.9 DDD(1일 사용량)를 나타냈다.
 

이같은 의약품 소비 행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의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암, 심근경색, 뇌 질환 등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도한 약품비 부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번에 선정된 김해 지역의 의원들 대부분은 약을 단출하게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동면의 (재)대한불교관음종대동의원은 "우리 의원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오기 때문에 강한 효능의 약을 쓸 경우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일부에서는 경증인데도 한 주먹씩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처방할 때 효능이나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덜 되는 약을 쓰자는 게 우리 의원의 운영 방침"이라고 밝혔다.
 
율하김내과의원 김성진 원장은 "의사마다 진료 유형이 다른 만큼 각자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처방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린처방의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다만 환자들 사이에 '소화제 좀 넣어주세요', '센 약 주세요'하는 문화가 있는 만큼,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의사들은 약품비 절감에 방점을 찍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할 경우, 오히려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거나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강춘화여성의원의 강춘화 원장은 "그린처방의원으로 지정됐지만 이런 방식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장단점이 있다. 과잉 진료를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환자들한테 더 좋은 '오리지널' 약이나 부수적으로 도움이 되는 약의 처방을 제한하는 역기능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약품에 따라서는 고가의 '오리지널' 약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네릭' 약(특허만료 된 오리지널 약의 복제약)은 약효 면에서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처방의원 제도가 '약값'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비슷한 효능이 있는 여러 의약품들 중에서 저가 약을 선택하는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결국 의사가 환자를 위해 처방을 할 때 의사의 재량권이 많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린처방의원 제도가 과도한 처방을 개선하는 데는 일정 정도 기여할 것이란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다. 강춘화 원장은 "중병이 아니고 영양 상태도 좋은 환자에게 보조제를 과도하게 처방하는 것은 때론 불필요할 수 있다. 합병증도 없고 경증인데도 열 알씩 약을 처방하는 것도 지나친 처방이 될 수 있다. 그 정도 선만 지켜줘도 괜찮은데 간혹 그렇게 하지 않는 의원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능한 한 치료기간을 짧게 해서 환자가 병원 방문을 적게 하도록 신경을 쓴다. 개인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비 급여 항목의 의약품도 가급적 처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