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지(29·여·지내동·독자)

출산 장려 공익광고에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오늘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앙증맞게 외치는 아이를 통해 '엄마가 되는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에서는 기본적인 사회적 배려는커녕 임신한 여성에게 휴직 대신 퇴사를 강권하고, 출산 직후 육아에 참여하고자 하는 남성의 휴직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보복하는 회사와 사회를 그리고 있다.
 
나는 지난 3월 임신 사실을 알고 5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임신 초기 힘든 시절에 야근이 일상화된 회사에서 동료들과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똑같이 야근을 했다. 배려의 대상인 임산부가 부담스러웠던 회사는 하루빨리 나가주길 바랬다.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퇴사가 아닌 휴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출산 예정일보다 이른 시기인 5월에 휴직으로 내몰리게 됐다.
 
세상에 태어나 첫 생일을 축하받고, 이어 학교~취직~결혼~임신과 출산 등 인생을 지나는 여러 통과의례를 거치는 것이 과거에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것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각 단계들, 특히 임신과 출산 앞에서 여성들이 많은 고민과 좌절을 겪게 되는 게 현실이다.
 
'배려'라는 손쉬운 단어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공익광고가 출산율을 높일 수는 없다. 사회적 재생산과 개인,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출산이라는 인생의 단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마련을 위한 현실적 노력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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