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인구가 50만 명을 넘고 7천여 개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경제를 이끌고 나갈 상장기업 수는 인구 30만 명의 양산보다 적은 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기업들의 성격 역시 관련 대기업의 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3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생산성이 낮고 안정성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양질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산업기반 확충, 새로운 핵심 산업 육성 등의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장업체 9곳 불과 양산보다 적어
장기계획 없이 양적 팽창 추구 탓
큰 회사 적어 산업생산성도 낮아
대기업 유치 위한 전략 마련 필요



■ 김해 지역 상장기업 수 양산보다 적어
26일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9월 현재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김해 지역 기업은 모두 9개로 집계됐다. 이는 인근의 양산(15개)보다 6곳이 적은 숫자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양산은 8개나 됐지만 김해는 3개에 불과했다.
 
김해의 코스피 상장기업은 ㈜넥센, ㈜LS네트웍스, 대창단조㈜ 등 3곳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동국알앤에스, ㈜스맥, ㈜유니크, 동아화성㈜, 디엠씨㈜, 디케이락㈜ 등 6개 업체이다.
 
매출 3000억 원 이상의 태광실업·하이에어코리아, 2천억 원 이상의 대흥R&T·휴롬·대저건설·화동 등은 상장을 하지 않았다. 이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거나, '성장'보다는 '안정'을 우선시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지역 산업생산성 양산, 창원보다 낮아
김해에 상장기업이 부족한 이유는 장기적 계획 없이 양적 팽창만을 추구해 온 탓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양산은 1970년대 말~1980년대의 초기 개발단계 때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한 반면, 김해는 초창기에 기업들이 모여 안동공단을 형성한 이후로는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공장들만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섰다.
 
양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1980년대에 양산일반산업단지가 개발될 때 쿠쿠, 넥센타이어 등 상장기업들이 들어왔다. 이후 일반산업단지와 양산천 인근에 대표적인 기업들이 밀집해 대규모 공단을 형성했다. 이와 달리 김해는 개별기업들이 곳곳에 산재해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해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도 "주로 민간이 실수요자 개발방식으로 개별공장이나 산업단지를 조성하다 보니 큰 그림을 그려서 대규모 산업입지를 조성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만큼 상장사나 A급 기업들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BNK투자증권 경남영업부 관계자는 "김해는 목재, 신발, 섬유에서 기계, 금속, 조선기자재 등으로 핵심 산업을 물갈이하는 과정에서 중량감 있는 기업을 유치하지 못한 탓에 산업기반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원종하 인제대 글로벌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역 업체들을 보면 2차도 아니고 3차 이하 밴드(협력사)가 대부분이다. 7000여 기업체들 중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가 과연 몇 개나 되는지를 따져 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상장기업을 비롯한 큰 규모의 기업체가 적다 보니 김해의 산업생산성은 인근의 창원, 양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2014년도 경상남도 기본통계에 따르면 김해의 10인 이상 제조업체 수는 2318개로 창원(1945개)을 넘어 경남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김해 기업들의 총 출하액은 19조 2128억 원에 그친 반면 창원의 기업들은 무려 57조 4625억 원을 기록했다. 창원이 3배가량 많았다. 또 양산의 제조업체 수는 김해의 3분의 1인 836개에 불과했지만, 총 출하액은 김해의 73%인 13조 9500억 원을 기록했다.

▲ 김해에 대형기업이 적어 경제 안정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골든루트산업단지 전경.

■ 장기적 핵심 산업 유치 전략 마련해야
30년 이상 고착된 '저효율'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유출되는 우량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붙잡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산업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실수요자 개발방식으로 진행되는 중소규모 산단보다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4년에 완공한 골든루트산단 같은 양질의 산업기반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디케이락 관계자는 "주촌면 내삼리에서 제2공장을 가동했다. 2013년 본사를 골든루트로 이전했는데 기업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 관계자도 "노후한 안동공단이 상징하듯 김해에는 큰 회사를 유치하기에는 입지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산업단지들이 연이어 생기고 있지만 규모가 작다. 기업들이 여전히 수도권이나 충청권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려면 기반시설, 산업입지 등에서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을 대표할 핵심 산업의 유치·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BNK투자증권 경남영업부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원의 기계, 진주의 항공우주처럼 핵심 산업을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핵심 산업은 확실한 매출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켜 지역산업의 동반성장을 견인한다"고 설명했다. 김해상공회의소 관계자도 "경기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