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구한말 때 고종이 러시아 공관에 피신을 갔을 때(아관파천 1895년), 당시 러시아 공사 베베르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어느덧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중요한 식음료가 되었다.
 
실제로 국내의 커피 소비량은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에서는 커피가 단일 음식 중에서 주당 소비 빈도가 12.3회로 가장 높은 품목이 되었다. 배추김치가 11.8회, 쌀밥이 7회이니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밥과 김치가 아니라 커피가 돼 버린 것이다.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90년부터 방광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커피를 발암물질 '2-B군(인체 발암 가능 물질)'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WHO는 커피를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목록에서 25년 만에 제외시켰다. 커피와 방광암 사이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다른 20여 종의 암에 대한 유발 가능성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WHO는 오히려 커피가 자궁암, 전립선암 등 특정 암에 걸릴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다'고까지 평가했다. 

커피 속에는 천연 항산화제가 풍부하다. 그 성분들은 변비에 도움이 되고 치아 우식을 예방해 주며 통풍의 발병 위험도 낮춰준다고 한다.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고 담석증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 예방과 항당뇨와 진통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신비의 열매'라 불렸던 커피의 첫 별명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부작용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음료'보다 카페인이 5배나 많은 커피우유가 등장했다. '잠 안 오는 우유', '악마의 스누피' 등의 별명까지 얻었고, 특히 학생들의 시험기간에는 품절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당연히 부작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손끝과 팔·다리가 떨린다', '식은땀이 난다',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껍다' 등등이다.
 
이 논란과 관련, 식약처에서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는 커피 우유와 아이스크림에 대한 광고를 제한하기 위해 '광고제한 및 금지 대상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 일부 개정 고시안'을 마련, 행정 예고했고,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른 광고 제한 및 금지 시간은 오후 5~7시와 어린이 주 시청 대상 방송 프로그램의 중간 광고이며,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는 하루 종일 금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커피 한 잔에 든 카페인이 대여섯 시간이면 분해되지만, 임산부나 어린이는 3, 4일씩 걸릴 수도 있으므로 카페인의 제한이 필요하다. 특히 성인일지라도 자신이 교감신경항진형(체질 분류 상 금체질과 수체질)이라고 알고 있다면, 카페인의 섭취를 반드시 차단해야 하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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