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동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자율방범대 사무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 오후 9~11시 동상동 순찰
4대악 근절 등 홍보활동도 진행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일”


"사람들은 우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어둡고 으슥한 곳만 돌아다니니 어찌 알겠습니까?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동상동 밤거리를 지킬 겁니다."
 
지난 25일 오후 9시 짙은 어둠이 깔린 동상동 주민자치센터 앞 컨테이너에 형광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야광봉과 손전등을 집어든 이들은 시계를 보더니 도보조와 차량조로 나눠 뿔뿔이 흩어졌다. 가로등이 없는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간 도보조는 손전등으로 주위를 비추며 곳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동광초 교정과 공원, 골목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수상한 낌새는 없는지, 술에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폈다. 손전등 불빛 하나로 동상동 밤거리 안전을 지키는 이들은 '동상동 자율방범대(대장 황혜제·44)' 대원들이다.
 
동상동자율방범대는 1983년 발족했다. 방범대원 24명은 모두 남성이다. 나이는 30~40대로 다른 지역 방범대보다 젊은 편에 속한다. 대원들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자율적으로 봉사에 나선다. 요일별로 조를 나눠 오후 9~11시 동상동 전체를 돌며 방범활동을 벌인다. 도보조와 차량조가 동상동 골목을 한 바퀴 도는 데에는 40분 정도 걸린다. 이들은 방범초소에서 잠시 휴식한 뒤 다시 순찰에 나선다. 비바람이 몰아치건 눈이 오건 1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범활동을 벌인다.
 
또 지구대와 연합해 다양한 4대악 근절 등의 홍보활동도 진행한다. 다들 오랜 시간 방범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돈독한 정을 쌓아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이날 처음 방범활동에 나선 박정우(30) 신입대원은 긴장한 얼굴이었다. 김삼수(44) 방범국장은 "방범대 순찰 경로는 일급비밀이다. 매일 경로를 다르게 짜서 골목길이나 외곽을 돈다. 이런 길은 혼자 다니면 겁이 난다. 무리지어 다니니 조금은 안심된다"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정수용(44) 사무국장은 "내외동이나 삼계동에는 큰 도로가 많지만 동상동에는 좁은 골목길이 많다. 여기에는 가로등이 없어 범죄 발생률이 높다. 골목길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훔치려고 하는 사람을 발견해 신고한 적도 있다"면서 "초등학교 밖에 없어 밤거리를 배회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오후 10시를 넘으면 행인을 찾아볼 수 없다. 전통시장이 있어 채소도둑이 많았지만 폐쇄회로TV(CCTV) 덕분에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대원들이 많아 하루에 20명씩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직장인 비중이 높아져 참석 인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해마다 3~4명밖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정 국장은 안타까워했다.
 
김해시자율방범연합회 전병우(54) 수석부회장은 "동상동에는 외국인들이 많다. 주위에서는 단순히 외국인 때문에 밤길이 무섭다고 말한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외국인방범대와 함께 순찰을 돌며 선주민과 이주민이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제 대장은 "자율방범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면 감사하다"며 짧은 한 마디를 남긴 뒤 다시 어두운 골목길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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