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에 가면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습니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단아한 기와집입니다. 원래는 초가집 즉, 초당이었는데, 세월에 따라 무너져 버린 것을 후손들이 기와집으로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다산(정약용)을 흠모했다는 추사 김정희의 어수룩한 듯 보이는 깊은 내공의 현판 글씨가 감상할 만합니다.
 
다산은 신유박해로 인해 18년 동안 유배를 당했고, 그중 10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목민심서>를 썼습니다. 베트남에서 '국부'라 불리는 호치민은 그의 관 속에 이 <목민심서>를 넣어 달라고 했다는데, 이 책을 사랑한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오래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직 중에 '집무실에 있는 <목민심서>가 눈에 띈다'는 보도자료를 내 국민들을 웃겼습니다. 강진에서 칩거하다 정계로 복귀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아예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허성곤 김해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허 시장은 청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해시청 출퇴근 길 화단 시작 지점에는 나무에 <목민심서>의 글귀를 새긴 안내판을 세워두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청렴한 자는 청렴함을 편안히 여기고 지자는 청렴함을 이롭게 여긴다.' 화단이 끝나는 지점에도 똑같은 모양의 다짐 글이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하나, 나는 정직하게 생활하겠습니다. 하나, 나는 청탁을 하지도 들어주지도 않겠습니다. 하나, 나는 뇌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겠습니다. 하나, 나는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겠습니다. 하나, 나는 공익을 우선하겠습니다.'
 
그런데 허 시장의 이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자 2면 톱기사를 보면, 국민권익위의 '2016년 청렴도 측정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이번에는, 했는데 결과는 여전히 실망스럽습니다. 김해시는 종합청렴도 7.41점(3등급)을 얻어 전국 606개 공공기관들 중 522위를 차지했습니다. 최하위권입니다. 반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경남은 전국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경남도는, 후배인 정장수 도지사 비서실장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더니, "제가 형님한테 술을 사지도 않지만, 얻어먹지도 않지 않습니까"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고무돼 있었습니다.
 
허 시장으로서는 억울해 할 게 분명합니다. 올해 조사의 '측정 대상기간'이 대부분 자신의 임기 시작 전인 2015년 7월~지난 6월 1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산업단지 비리를 비롯해 적지 않은 잡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허 시장이 노력한다고 해서 김해시의 청렴도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청렴에 관한 시민들과 공무원들 간의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시민들이 공무원들을 평가하는 외부청렴도(전국 574위)는 매우 낮았지만, 공무원들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내부청렴도(12위)는 엄청나게 높게 나왔습니다. 허 시장은 이 부분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자정능력이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했습니다. 상을 주거나 벌을 주는 것입니다. 어느 도시에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한다고도 하던데, 이 대목에서 <목민심서>의 추상같은 구절 하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허 시장께서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타일러도 깨우치지 아니하고, 가르쳐도 고치지 아니하며, 세력을 믿고 남을 속이거나 간악한 행동을 하는 자는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간신은 모름지기 관청 밖에다 비석을 세우고 이름을 새겨 영원히 복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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