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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들녘 달군 모닥불 열기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길”■ 제5회 모닥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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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12.21 10:01
  • 호수 302
  • 7면
  • 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 지난 17일 칠산서부동 화목들녘에서 열린 '제5회 모닥불 축제'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가야사랑두레, 캠핑장·공연 무대 마련
통기타 라이브·색소폰 연주 운치 더해
바비큐 그릴에 구운 고기, 고구마 ‘꿀맛’

활활 타는 장작불에 말 없이 추억 회상 
공부, 다이어트, 행복 등 가지각색 염원
참가자 다같이 손잡고 춤추며 동심 여행



"모닥불을 피우면 일렁이는 모닥불의 그림자가 생겨납니다. 나로부터 출발하지만 내가 아닌 것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춥니다. 불이 흔들리는 것처럼."
 
모닥불은 전기난로, 전기장판, 가스보일러가 만드는 불과는 다르다. 전기난로, 전기장판은 35~40도의 온도로 주변의 공기를 데울 뿐이지만, 가족·친구와 함께 쬐는 모닥불은 냉랭해진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칠산서부동의 화목들녘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제5회 모닥불 축제'가 열렸다.
 
이날 흥동 919-7 칠산 반가운주유소 건너편 화목들녘에 대규모 모닥불 캠핑장이 차려졌다. 지난 한 해 부지런히 싹을 틔우고 알곡을 맺은 김해의 황금들판을 배경으로 공연 무대가 펼쳐졌다. 그 앞에는 모닥불을 피울 장작나무 더미가 쌓였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바비큐 그릴도 줄을 섰다.
 
오후 4시, 두툼한 패딩점퍼와 목도리로 야무지게 추위에 대비한 어린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하나 둘 등장했다. 행사를 주최한 '가야사랑 두레' 관계자들은 가스 토치를 연결한 부탄가스를 들고 바비큐 그릴을 돌며 미리 준비한 장작과 짚에 불을 붙였다.
 
본부석 한쪽에서는 '칠산서부동적십자봉사회' 회원들이 불우이웃돕기 성금 마련을 위해 삼겹살과 어묵꼬치를 팔고 있었다. 어른들이 장작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어묵꼬치를 먹으며 언 몸을 녹였다. 주촌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도현(14) 군은 "아동센터 친구들, 선생님 등 11명과 함께 왔다. 가져온 용돈으로 어묵을 사 먹었는데 아주 맛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 어린이들이 짚을 쌓으며 놀고 있다(왼쪽). 여성 참가자들이 그릴에 구운 알밤을 들고 웃고 있다.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하는 봉사단체 '아이들을사랑하는모임(아사모)' 소속 학생들은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고구마를 알루미늄 호일에 곱게 싸고 있었다. 김가영(17) 양은 "지난해에는 모닥불 축제를 즐기려고 왔고, 올해는 봉사를 하기 위해 왔다. 들판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웃었다.
 
아사모 소속 성인회원들은 고기 굽기에 열중했다. 아사모 회원인 허보흥(57) 씨는 목장갑과 비닐장갑을 겹겹이 낀 손으로 바비큐 그릴판 위의 삼겹살을 요리조리 뒤집었다. 준비해 온 김치를 올려 고기와 함께 굽자 금세 맛있는 냄새가 온 들판에 퍼져 나갔다. 허 씨는 "고기를 상자째로 준비해 왔다. 우리끼리만 먹으려는 게 아니다. 누구나 와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그릴에서는 알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구워지고 있었다. 문세건(55) 씨는 구운 밤을 어린이들의 손에 하나씩 쥐어줬다. 어린이들은 뜨거운 밤을 호호 불며 조심스레 깠다. 그는 "불을 피워 밤을 구우니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요즘 아이들이 어디서 이렇게 손에 새까만 검정을 붙여가며 밤을 먹을 수 있겠느냐"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메인 무대에서는 통기타 라이브 공연, 색소폰 연주 등이 이어져 겨울 캠핑의 운치를 더했다. 뜨끈한 어묵꼬치, 직화구이 삼겹살, 군고구마로 배가 부를 때쯤 하늘도 어둑어둑해졌다.
 
오후 5시 30분, 사람들은 점점 모닥불 장작더미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기영 칠산서부동장과 김병오 한림면장이 모닥불 점화를 맡았다. 손에 든 횃불을 장작에 갖다대자 모닥불에서는 금세 뻘건 불이 타올랐다. '화~아~' 하고 모닥불의 열기가 퍼지자 사람들은 뒤로 한두 걸음씩 물러섰다. 모두의 얼굴을 환히 밝히는 모닥불 위로 작은 불티들이 날아갔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손을 쬐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처음 보는 모닥불이 신기한 듯, 어른들은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듯 말없이 모닥불을 지켜봤다.
 
김해 각 지역에서 모인 시민들은 모닥불을 바라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원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병환(53·삼계동) 씨는 "올해는 조선업 부진으로 주변 경기가 모두 어려웠다. 주변에 부도가 나는 2차, 3차 업체도 많았다. 김해는 영세기업, 중소기업의 도시여서 더욱 힘들었다. 내년에는 수출·내수 경기가 모두 회복돼 우리나라와 김해가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칠산서부동적십자봉사회 김삼화(49·흥동) 회장은 "지난 3년간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 올해는 태풍 차바때문에 칠산서부동 일대 주택들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 봉사자들이 2~3일 동안 침수 가구에서 집안 청소, 빨래를 도왔다. 올해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봉사자들의 참여율이 많이 떨어졌다. 내년에는 경기가 풀려서 봉사 사례도 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박희정(39·삼계동) 씨는 "올 한 해 너무 바쁘게 산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여유를 갖고 쉬엄쉬엄 살고 싶다. 또 내년에는 둘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 적응을 잘하면 좋겠다. 온 가족이 건강한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밝혔다.

   
▲ 메인무대에서 색소폰 연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김해중앙여고에 입학한 신소은(17) 양은 "고교생이 돼 밤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1년이라는 시간이 참 안 갔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힘들었다. 1학년 때는 수능을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2학년이라서 조금씩 압박감이 느껴진다. 성적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흥동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조미령(53) 씨는 "올해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살면서 집을 조금씩 넓혀가는 게 기쁘다. 이사한 집에서는 흥동의 황금 들판이 훤히 보여 마음에 든다. 올해는 농사가 참 잘됐지만 수매가가 너무 낮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내년에는 쌀값이 더 올랐으면 좋겠다. 이달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S라인은 아니더라도 D라인에서는 탈출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지현(47·삼방동) 씨는 "올해 아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을 겪었지만 스스로 잘 이겨내 정말 고맙다. 친정엄마가 뇌경색으로 입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퇴원했다. 이제 돌아보니 모두 감사하다. 내년에는 친정엄마가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 인생을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게 참 힘든 것 같다. 내년에는 모두 건강하고 평범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닥불이 잦아들자 참가자들은 무대 앞으로 나가 다같이 손을 잡고 게임을 하며 여흥을 즐겼다. 처음 보는 지역의 이웃들과 악수를 하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모닥불 앞에서는 어린이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동심으로 돌아갔다. 화목들녘을 달군 모닥불의 여운은 함께한 모든 이들의 가슴에 훈훈한 온기를 남기며 하늘 끝까지 타 올랐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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