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매년 50건 집단감염
저온·고온서도 저항성 강해 위험

하루 이틀 잠복 튀 구토·설사·오심
48~72시간 고통 뒤 빠르게 회복

뚜렷한 치료제 없어 탈수 완화만
심할 경우 정맥주사로 수액 공급



이달 초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 49명이 노로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여 학교에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 달 제주의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집단 장염증세도 역학조사 결과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로 바이러스는 다른 수인성·식품매개 질환과는 다르게 겨울에 많이 나타난다. 노로 바이러스의 입자 크기는 27~40nm(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냉동·냉장 상태에서 수년 동안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식중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8년 질병관리본부가 식중독 원인병원체 중 노로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절별로 집계한 결과, 겨울이 42.4%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3월 수도권에서 12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연평균 49.4건의 집단감염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79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갑을장유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형준 과장은 "병원성대장균, 장염비브리오, 살모넬라증 같은 식중독균은 4~60도 사이에서 증식하고 35~36도 전후에서 활발하게 번식한다. 이 때문에 여름철에는 세균성 식중독의 위험이 높다. 반면 노로 바이러스는 4도 이하의 낮은 온도나 6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감염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겨울에 발병 빈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중독이 빈번한 여름에는 음식물 관리에 신경을 더 쓰지만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 때문에 음식 변질 속도가 느려 위생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또 겨울에는 밀폐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물건 접촉 등을 통한 대인 간 전파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로 바이러스는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되고, 수돗물의 염소에서도 비활성화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한 편이다.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 물을 섭취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건을 접촉하면 입을 통해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위장관염 증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형준 과장은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하루, 이틀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48~72시간 동안 지속되다 빠르게 회복된다. 소아에게는 구토가 흔하지만 성인은 설사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로 바이러스에는 다른 식중독처럼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분을 공급해 탈수증상을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를 하는 데 그친다. 박형준 과장은 "구토와 설사로 탈수증상이 나타나면 이온 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채울 수 있다. 대신 설탕이 많이 함유된 탄산음료와 주스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수가 심할 경우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이 필요하다. 구토가 심하면 항구토제를 사용한 후 수액공급을 하기도 한다. 노로 바이러스 장염은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대부분 외래 치료를 한다. 그러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임산부, 당뇨, 면역억제 상태나 심한 복통이 동반하면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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