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친구 길구는 건실한 사업가인데, 술 마시고 기타 치며 노래부르는 걸 즐깁니다. 길구에게는 좋은 습관이 있으니, 늘 웃는 것입니다. 이른바 '성공했다'는 분들을 보면, 이처럼 늘 웃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이 잘 풀려도 웃고, 안 풀려도 웃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나 대사가 긍정적입니다. 사정이 어렵지 않느냐고 하면, 인생사를 골프에 빗대 벙커(모래밭 방해물) 없는 골프가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한 분은 노래를 부르되 반드시 밝고 희망찬 노래만 부릅니다.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른 김정호는 훌륭한 가수임에 틀림없지만, 노래와 음색이 슬퍼서 요절했다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시절이 하수상하고,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나라 전체가 침체 상태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돌고 있는 마당이라 그런지, 밝고 희망찬 노래들에 관심이 더 갑니다.
 
먼저 현재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한 노래가 생각나는 군요. 김광석의 '일어나'입니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약간 의기소침한 듯 보이는 이런 질문의 노래도 있습니다.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입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더듬어 보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듯한 노래가 걸립니다. 양희은의 '상록수'입니다. 오래된 고향 친구 모임에서는 이 노래를 교가처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저 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되리라'
 
우리는 '상록수'의 노랫말 같은 과정을 거쳐서 시인과촌장처럼 '좋은 나라'를 꿈꾸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 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 거예요// 그 곳 무지개 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 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던 친구 길구는 늘 제게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강권하곤 합니다. 아마도 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전인권이 '이광우!'라는 사인이 적힌 비매품 CD를 보내온 덕에 일찌감치 이 노래를 연습해 두었습니다. ^^) 이 노래를 두고는 가사가 좋고 힘이 불끈 난다는 분들이 많이 있더군요. 가령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이쯤에서 김광석의 '일어나'를 다시 불러보니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아닌 게 아니라, 겨울 가면 봄 오고, 석 달 열흘 부는 삭풍은 없다고들 하니 독자여러분들께서는 부디 어렵다 싶을 때일수록 희망의 노래를 부르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또한 받으십시오. 꾸벅.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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