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제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들 중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숫자가 아닌가 싶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까지 했다.
 
오늘날 0~9까지 숫자의 기원은 인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져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 전파되고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사노'에 의해 개량 완성된 인도-아라비아 숫자이다.
 
원시인들은 가축이나 곡식을 보유하고 교환할 때 '수’에 대한 개념이 필요했다. 숫자가 없던 시절 노끈의 매듭이나 나무에 눈금을 긋기도 하고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해 신체의 여러 부위를 활용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 소수 엘리트 귀족들은 로마숫자와 주판을 이용한 자신들만의 산술능력을 특권으로 남겨 두고 싶어 간편하고 대중적인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도입을 수세기 동안 극구 반대하기도 했다.
 
숫자의 단위도 다채롭다. 골은 만(萬)을 의미하고 골백번은 만의 백 제곱을 나타내며 갠지스강 모래 알 만큼 많다는 항하사(恒河沙), 도저히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불가사의(不可思議),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이 큰 수 무량대수(無量大數)도 있다.
 
우리 생활에 숫자가 없다면 단순한 경제활동의 셈은 물론이고 시간, 물가상승률, 촛불 시위자 수, 최순실의 국정농단 반영비율 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숫자는 상대방에게 엄청난 설득력을 지니기도 한다. 직장에서 현명한 부하직원은 상사에게 자신의 잘못은 말로 하고 칭찬 받을 업적은 숫자로 보고한다. 기업들의 숫자를 이용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청바지 제조 공장의 창고번호를 이용한 '리바이스 501'이 명품브랜드가 된 것은 좋은 예이다.

국내 저서 '숫자에 속지 마'를 외치는 저자는 인맥사다리로 한국은 3.4명, 세계는 7명만 다리를 놓으면 모두 다 아는 관계로 연결된다고 한다. 인맥사다리를 관리하는 요령으로 7잔 담은 16.9도 순한 소주 한 병을 뜻하는 숫자 '7, 16.9'를 권한다. 
 
4% 경제성장률, 70% 고용률, 4만 달러 국민소득 달성이라는 지키지 못할 박근혜 대통령의 '474 선거 공약'도 유권자들을 유혹하는 데는 한몫 했다.   
 
때로는 저주의 숫자도 있다. 점성가의 예언대로 부친과 형이 졸지에 사망하고 왕위를 계승한 루이 16세에게 점성가는 '일생 동안 숫자 21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루이 16세는 21세에 왕이 되었고 음식의 가짓수가 21이 되지 않도록 했으며 21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으며 매월 21일에는 아예 외출도 삼갔다. 21명 영주들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려 인상한 국민 세금은 프랑스 시민혁명을 촉발시켰으며 21일에 만들어 진 단두대에서 자신이 처형당한 날짜도 21일이었다. 
 
우연인지 인연법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시중에 회자되는 박정희, 박근혜 두 대통령의 운명의 숫자는 18과 516이라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5·16 군사혁명을 통한 정치입문에서 시혜당하기까지가 18년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51.6%의 득표율로 18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18년의 은둔 생활을 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에서 최근 국회탄핵소추안 가결까지가 18년이다.
 
문득 맹구의 우스갯 구구단이 떠오른다. '2×9=이구 아나', '5×3=53 불고기', '6×3=63 빌딩', '8×2=팔이 아파'.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재치있고 신선한 답에 다들 고개만은 끄덕인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애타게 캐묻는 수백만 촛불 시위자들의 요구에 청와대는 시종일관 감추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7×7 은 얼마인가?'라는 온 국민의 채근에 청와대 스무고개 구구단은 '48도 아니고 50도 아니다. 47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우기고 버틴다. 하지만 맹구의 구구단은 솔직하고 또 시원하게 답한다. '7×7=칠칠 맞게'라고.
 
인간이 숫자를 만드는 이유는 빠르고 정확한 셈의 목적을 넘어 사고를 공유하고 이해와 공감을 약속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세월호 희생자의 아픈 진실을 우리는 역사 속 또 다른 기억의 숫자 304에 묻어 둔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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