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의정모니터링단 회원들이 지난 25일 김해시청에서 태광실업 관계자의 이영철 시의원 폭행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태광실업 관계자 이영철 시의원에 폭언 등 가해
김해의정모니터링단 25일 ‘대의민주주의 유린’ 비난 기자회견
시의회 진상조사 방침 이영철 의원 “형사상 책임 물을 것”


태광실업의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이하 삼계나전지구)이 특혜 의혹과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해당 업체 관계자가 반대 입장의 김해시의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해시의회(의장 배병돌)는 그러나 즉각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기는커녕 한참 뒤에야 무의미한 보도자료 하나만 배포,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김해중부경찰서는 태광실업 관계자 정 모(62)씨를 상해혐의로 불러 조사한 뒤 구속 기소의견을 달아 25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13일 오전 11시께 김해시의회 1층 로비와 이영철(무소속) 의원의 사무실에서 "의원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X같은 XX", "야 임마~ 사심이 있으니까 하는 말 아니냐"라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고, 이 의원을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허리띠와 바지가 일부 찢어지고 허리 등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해여성회, 김해여성의전화, 우리동네사람들, 김해노동인권상담센터, 김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의당김해시지역위원회,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김해의정모니터링단은 25일 오전 10시 30분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김해시의회는 의회에서 일어난 시의원에 대한 폭행사건을 고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나도록 마땅히 있어야 할 시의회 차원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대의민주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23일 예정했다. 그러나 김해시의회 스스로 유감 표시 및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내는 보도자료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를 믿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보도자료에는 어떤 측면에서 유감인지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다"며 공분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이 의원이 폭행을 당한 사건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김해시민의 대변자이자 대리인인 시의원이 불법 폐기물 의혹을 규명하려는 시정 활동 중에 일어난 것이다. 폭력을 행사한 업체는 즉각 김해시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해당 직원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또 시의회는 폭력을 행사한 업체 직원을 고발 조치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 차원의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해시의회는 지난 23일 '의회 내에서 일어난 폭력사태 매우 유감이다'"라는 제목의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에는 누가 폭력을 행사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시의회가 가해자와 태광실업을 감싸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배병돌 의장은 보도자료에서 "삼계나전지구 폐기물 불법매립 의혹규명 관련 협의회 회의 후에 이영철 의원 사무실에서 일어난 언어와 물리적 폭력에 대해 김해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에 진상을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김해시의회를 이끌고 있는 의장으로서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시민 여러분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시의회의 보도자료에 대해 "배 의장은 누구한테 유감을 표한 것이냐. 보도자료를 보면 마치 쌍방 폭행이 일어난 것처럼 돼 있다. 공무원들과 다른 의원들이 사건을 다 목격했는데, 열흘 동안 뭘 하고 있다가 지금에야 진상조사를 한다는 것인가. 진상조사의 내용에 대한 언급도 없다. 시의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25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 정 씨를 상대로 상해·모욕·명예훼손·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시의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업체에게 명령을 할 권한은 없다. 이 의원이 보링(땅 속에 구멍을 뚫어 토질을 조사하는 방법) 작업 방식이나 업체 선정을 자신의 주장대로 해야 한다기에 기자실에 가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밀고 당긴 건 사실이다. 개인적인 문제라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계나전지구 사업은 태광실업이 석산 개발 부지인 생림면 나전리 산 162-1 일원 25만 4090㎡에 3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태광실업이 2013년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면서 1000억 원 이상의 특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에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 해당 부지에 불법 폐기물이 대량 매립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삼계나전지구 사업의 기본계획안이 김해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김해시의회의 '삼계나전지구 특별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은 지속적으로 김해시와 태광실업에게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 왔다.
 
환경운동연합과 삼계나전특위는 지난 17일 태광실업과의 협의를 통해 사업 부지에 대한 보링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보링 개수와 시료검사 업체의 선정 문제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태광실업 정 씨의 폭행은 지난 13일 보링 방식을 협의하기 위한 관련자 회의 직후 발생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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