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방동 화엄사 전경.


총 100건 이상 문화재 지정… 김해는 3건
불교 경전 중 가장 많이 간행된 책
전체 7권 28품 ‘부처 마지막 가르침’
제25품 <관세음보살보문품> 유명

보물 제961-1호 등 두 권 대동 원명사 소장
600년 전 추복 위해 성달생 형제 필사

도 지정문화재 제528호 삼방동 화엄사에
성관 스님 “영험한 경전 널리 알려지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연꽃처럼 놀라운 법이란 뜻을 가진 책이다. 그 이름부터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 책은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것만 100건이 넘을 정도로 우리 역사, 특히 우리나라의 불교 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해 지역에서 문화재로 등록된 묘법연화경 역시 보물 1건,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2건으로 총 3건이나 된다.
 
묘법연화경은 우리에게는 법화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옛날에만 읽혀졌던 고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불교 신자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많이 간행된 경우이기도 하다.
 

ㅁㅁ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28호

▲ 7권 7책으로 이뤄진 법화경 완본(왼쪽). 성달생 형제의 필체로 간행된 법화경.

 

묘법연화경이 이토록 귀한 보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러 불교 경전 중에서도 '경전의 왕'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불교의 모든 갈래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묘법연화경의 핵심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석가모니는 당시 그의 가르침이 너무 깊어서 중생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각 무리에 맞게 삼승(三乘), 즉 세 가지 방법으로 열반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삼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 결국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존재가 평등하게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일불승(一佛乘) 사상은 대승불교의 중요한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시기적으로는 49년 석가모니의 가르침 기간 중 마지막 8년 동안 설한 내용이다. 전체 7권이며 주제에 따라 28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28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장은 제 25장 <관세음보살보문품>이다. 법화경 중 가장 자주 읽히고 염송되는 부분이다. 이 장은 한 보살이 부처에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묻는 데서 시작된다.
 
"관세음보살은 어떤 이유에서 관세음보살이라고 불리십니까?"
 
"그대는 관세음보살의 행위에 귀를 기울여라. 그는 모든 상황, 모든 중생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존재, 모든 입장, 모든 시공간을 다 감싸는 존재이니라."
 
이어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을 염송하기만 해도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기록돼 있다. 불교 신자들이 '관세음보살'을 외는 이유도 다 이러한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 보물 961-1호 묘법연화경이 소장돼 있는 대동면 초정리의 원명사 전경.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는 사람은 설사 큰 불구덩이 속에 떨어지게 되었더라도 불이 태울 수 없나니, 바로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을 입었기 때문이니라. 혹 큰물에 떠내려가게 되었더라도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면 곧 얕은 물가에 닿게 되느니라. (…)또 어떤 사람이 금방 칼에 찔리게 된 경우라도 관세음보살 이름을 부른다면, 상대방이 잡고 있던 칼이나 막대기가 산산조각 부서져 위기를 모면하게 되느니라."
 
이런 놀라운 능력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법화경 구절 중에서도 제25품을 베껴 쓰거나 염송하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구제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동문화연구소 소장이자 전 경상남도 문화재위원인 이용현 소장은 "<관세음보살보문품>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하는 신통력이 있는 장이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ㅁㅁ보물 제961-1호

▲ 간행된 지 600여 년 된 묘법연화경 4~7권.

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묘법연화경 중에는 문화재 중 가치가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지는 국보도 3권이나 된다. 100건이 넘는 묘법연화경 문화재에서 국보, 보물, 도 지정 문화재 등으로 나뉘어지는 기준은 해당 묘법연화경이 간행된 시기, 글쓴이, 제작 연도, 제작 목적 등이 적힌 발문(跋文)기록 등이다.
 
그렇다면 김해의 묘법연화경은 어떤 모습,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먼저 보물 제961-1호,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18호로 지정돼 있는 묘법연화경 두 권은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안쪽에 위치한 원명사에 소장돼 있다. 산이 사방으로 둘러싼 원명사의 대웅전 우측에는 작은 전각이 있다. 연화당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원명사의 작은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묘법연화경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문화재와 골동품이 소장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은 당연히 보물 961-1호인 묘법연화경이다. 이는 연화당 안 유리관 안에 소장돼 있다. 묘법연화경은 전체 7권이 각 한 권 씩 7권으로 나뉘어져 있거나, 상·하, 상·중·하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묘법연화경은 상:1~3권, 하:4~7권 중 하권에 해당한다. 발간 시기는 태종(太宗) 5년(1405)이다. 낡고 색이 바랜 비단 표지에는 지난 600여 년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책을 펴낸 인물과 제작 시기, 제작 목적 등이 적힌 발문기록은 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인 권근의 것이다. 그는 발문에서 "조계종대선 신희 등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편히 읽힐 수 있도록 좀 더 큰 활자로 간행하기를 원했는데 성달생·성개 형제가 부친이 상중에 이 소식을 듣고 선군의 추복을 위해 내용을 필사했다. 도인이었던 신문이 판각 인쇄해 보급하도록 했다"고 기록했다. 

▲ 원명사 연화당 내부의 골동품과 문화재.

글을 쓴 성달생은 1376년(우왕2)~1444년(세종26) 때의 인물로 무예가 뛰어난 무신이면서도 명필로 잘 알려져 있다. 이용현 소장은 "당시에는 명복을 빌기 위해 경전을 필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경전 간행도 경전을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49제나 가족 행사에서 복을 빌며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나눠주기 위해 이뤄졌다. 발문 기록에는 시주자 이름도 나오는데 보물 961-1호는 왕족의 한 여인이 시주를 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원명사 주지 보운 스님은 "한 신도가 묘법연화경을 소장하고 있다가 관리하기가 어려워지자 2012년쯤에 절에 기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워낙 귀한 물건이다 보니 연화당을 항상 열어둘 순 없지만 행사 때마다 문을 열어 많은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28호는 삼방동의 화엄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7권이 7책으로 돼 있고 7권 모두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관된 완본이다. 화엄사의 주지인 성관스님 사무실의 오동나무 상자에 이 책이 차곡차곡 보관돼 있다.
 
책 1권을 보면 한자로 돼 있는 발문기록이 나온다. 이 책은 1539년에 중간되었다가 다시 1665년에 중간됐다. 이 책 역시 성달생·성개 형제의 글씨로 판각을 해 인쇄한 것이다. 또한 누군가의 망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49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목적으로 간행됐다.
 
누르스름한 비단 표지를 펴면 한지 속에 있는 성달생·성개 형제의 한문 필체를 엿볼 수 있다. 한 자 한 자 가지런하고 깔끔하면서도 힘이 있는 글자체다. 또 책을 잘 살펴보면 곳곳에 시대를 알 수 없을 때의 누군가가 경전을 읽고 공부하며 펜으로 적어놓은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다.
 
성관 스님은 "전 주지스님이 스승을 모시고 난 후 책을 선물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법화경은 살아갈 때 필요한 방편을 담은 최고의 경전이다. 지금도 불자들이 사경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귀한 경전에서는 영험한 기운이 나오기 때문에 절에 귀한 묘법연화경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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