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꾸로 작은 도서관'의 임효신(오른쪽 두 번째) 관장과 인문학 강좌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삼계 ‘거꾸로 작은 도서관’
히브루타 교육·인문학 강의도


"이 곳은 독서를 위한 공간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떠들며 노는 시끄러운 도서관입니다."
 
일반적으로 김해 지역 대부분의 작은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안 관리동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인근 주민들은 책을 빌리고 조용히 공부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작은 도서관과 달리 자유롭게 떠들며 인문학과 히브루타 교육을 배우는 곳이 있다. 삼계동에 위치한 '거꾸로 작은 도서관'(관장 임효신(47))이 바로 그 곳이다.
 
지난해 8월 개관한 거꾸로 작은 도서관은 북부두산위브아파트 앞 오션프라자 상가건물 1층 102호에 위치해 있다. 24평(79㎡) 남짓한 공간에는 2000여 권의 책과 탁자, 의자, 화분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도서관 이전에는 미술학원이 있었던 터라 조각상도 곳곳에 보인다. '배우고 틈틈이 익히면 기쁘지 않으랴.' 김해의 인장예술가 문개주 씨가 조각한 서각작품이 중앙 벽면에 걸려 가벼울법한 도서관 분위기의 무게를 잘 잡아주고 있다.
 
임효신 관장은 "엄마와 아이의 의식을 바꾸고 싶어 도서관을 개관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는 부모교육을 따로 받지 않는다.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할지 알지 못한다. 책임감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 부모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소통을 많이 한 저로서는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은 매주 1회 아이와의 대화, 소통방법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임 관장은 보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2012년 가야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현재는 인제대학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임 관장은 매주 월요일에 방주원 아이들을 초대해 유대인의 토론 교육법인 히브루타 수업과 그림교육을 해왔다. 지금은 이동 문제로 임 관장이 직접 방주원에 가 봉사한다. 대신 이날에는 히브루타 2급 지도자 과정을 운영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수채화, 일러스트, 공예품 만들기를 해보는 미술 강좌를 열고 금요일에는 부모교육을 진행한다. 그는 "이론적인 교육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배움은 그냥 학문으로 끝난다. 그래서 더 움직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목요일에는 인문학 강의도 연다. 내동의 인문 공간인 '생의 한가운데'에서 <논어> 강독을 하고 있는 문개주 씨를 초청해 '노자 함께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으로만 전해졌는데도 강의 소식에 벌써 10명의 인원이 들어찼다. 문 씨는 "도서관에서 일반적인 강의가 아니라 이웃을 만들어가는 이러한 소규모 학습활동을 한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거꾸로 작은 도서관에서는 크고 작은 모임들도 열린다. 매주 토요일 대학생을 상대로 독서모임과 자기계발 스터디를 주최한 김태헌(25·삼계동) 씨는 "젊은이들이 한 데 모여 공부할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는데 다행히 공간을 제공받아 모임을 열고 있다. 특수성이 있는 공간인 것 같다"며 웃었다.
 
임 관장은 도서관 앞 빈 공간을 화단으로 조성했다. 덕분에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일이나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야외수업도 계획하고 있다.
 
공간을 열어놓으니 아이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린다. 한쪽 벽면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화이트보드 칠판으로 꾸며 놨다. 임 관장은 아이들이 올 때마다 교구를 한가득 꺼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임 관장은 "아파트에 도서관 홍보 전단지를 붙였더니 돈을 주고 다녀야하는 학원인 줄 알고 오지 않더라. 이 작은 공간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며 웃었다.
 
임 관장은 이곳이 사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항상 제가 받는 사랑이 감사하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그래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숨겨놓은 재능이나 끼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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