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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정 실은 시골버스 지역 주민들의 ‘발’(4) 4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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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7.02.08 10:14
  • 호수 309
  • 15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진례면 평지마을 정류장에서 주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동상동~흥동~진영읍까지 64㎞ 운행
김해·진례오일장, 장유전통시장 늘 거쳐
차 안에는 언제나 고소한 참기름 냄새

무거운 짐 든 할머니 탑승계단 오르자
한 청년 순식간에 달려가 수레 ‘번쩍’

‘뜨끈한 보양식’ 평지마을 백숙촌 지나
까까머리 같은 겨울 논 끝없이 펼쳐져



'부릉' 하고 시동이 걸리자 '44번' 버스의 전광판이 켜졌다. 선글라스를 낀 전효경(46) 버스기사가 익숙한 손짓으로 핸들을 돌려 외동차고지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44번 노선은 외동차고지에서 출발해 동상동~흥동~칠산서부동~장유~진례면~진영읍까지 총 64㎞를 오간다.
 
김해오일장, 장유전통시장, 진례오일장, 진영오일장을 빠지지 않고 지나기 때문에 버스는 매일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가득하다. 전 기사는 "버스노선이 많지 않은 칠산서부동, 진례면 주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발"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해보건소 앞에서 첫 승객이 탔다. 흥동에서 김해보건소를 오간다는 정 모(70·여) 씨는 "보건소에서 운동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보건소에 올 때 이 버스를 꼭 탄다. 흥동주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버스"라고 말했다.
 
버스가 수로왕릉을 지나자 창 밖에서 깨 볶은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며 들어왔다. 김해오일장이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저녁 반찬거리가 잔뜩 들려 있었다. 장을 보는 아주머니는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일 생각 때문인지 뽀얀 입김을 뿜어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 진례면에서 가장 번화한 진례농협 일대.

버스는 김해세무서 앞 호계로를 지났다. 하얀 유니폼을 입은 축구부원들이 김해중학교의 푸른 인조잔디 위에서 달리기에 한창이었다. 가락IC와 김해대로로 합류하려는 차량들로 인해 버스의 속도가 느려졌다. 버스는 이윽고 부원역, 김해중부경찰서를 지나 흥동으로 향했다. 버스에 몸을 실은 외국인 승객은 양 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높은 빌딩 숲의 부원동과 달리 흥동에서는 2~3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주류였다. 식당과 주택들이 즐비했다.
 
흥동의 한 공원에서는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을 배경으로 동네 주민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정류장은 칠산서부동주민복지센터입니다." 매년 7월이면 복지센터의 앞마당은 화분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알록달록한 봉숭아꽃으로 가득찬다. 사회봉사단체 가야사랑두레에서 주최하는 '봉숭아꽃물들이기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봉숭아 꽃물 들이기 축제는 인근 도시인 부산, 창원 등에까지 입소문이 나 비가 오는 날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들은 열 손가락에 빨간 꽃물을 들이면서 추억을 더듬는다.
 
장유 방향의 국도58호선으로 접어들자 창 밖으로 칠봉산 아래에 오목조목 모여 있는 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기슭의 명법1통은 칠봉산 둘레에 자리 잡은 자연마을 중 하나다.
 

   
▲ 철새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평지마을 앞 진례저수지.
   
▲ 초전마을 골목길.

금관대로를 따라 운행하던 버스는 명법2통, 내덕을 지나 대동1단지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았다. 장유전통시장 인근 장유우체국 정류장에 다다르자 할머니 두 명이 수레에 가득 짐을 실은 채 힘겹게 버스에 올랐다. 그러자 한 청년이 버스 문 앞까지 내려가 수레를 옮겼다. "아이고, 고맙소." 앞 뒤로 자리를 잡고 앉은 할머니들은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네.", "집에 창문은 닫고 왔소?" 승객으로 복닥거리는 버스는 장유1동주민센터, 갑을장유병원을 지나 진례면으로 달렸다.
 
국도를 달리던 버스가 산본마을 앞 정류장에 섰다. 장유우체국에서 수레를 들고 버스에 탔던 할머니들이 여기에서 내렸다. 짐이 워낙 많아 정차 시간이 다른 정류장 때보다 길어졌지만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짐을 다 내린 할머니들이 정류장에 서서 버스기사를 향해 양 손을 흔들었다. 승객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정(情)을 실은 버스는 신월마을, 화전마을, 신안, 초전을 지났다.
 
오리가 그려진 기둥 위로 '평지토속음식촌'이라는 빨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신안리 평지마을 백숙촌이었다. "배고픈데 닭 한 마리 잡아주소." 평지마을 백숙촌은 1990년 대에 진례저수지를 찾은 낚시꾼들이 평지마을 주민들에게 닭 한 마리를 잡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해발 300m의 비음산과 대암산, 신정봉, 용지봉 등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사시사철 멋진 풍경 속에서 뜨끈한 보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닭과 오리, 겨울철이면 흑염소 요리를 찾는 사람들로 마을은 북적인다. 구수한 백숙 국물 한 모금이 간절해졌다.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인근에는 장독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마을 안길 옆에는 아이의 까까머리 같은 겨울 논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진례농협 앞 도로는 인산인해였다. 보행로와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아 차들은 먼저 가기 위해 눈치 싸움이 한창이었다. 눈치싸움 탓에 정체 시간이 길어지는 틈을 타 차창 너머로 이용원, 다방 등 시내에서 보기 힘든 상가들을 기웃거렸다. 진례면에서 가장 번화한 이곳은 1층 건물에 '초전반점', '매일떡집', '아! 그 이발소' 같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진례면의 중심지인 것이다.

다음 정류장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었다. 도자와 건축을 주제로 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새얼도예공방' 등 장독대, 옹기, 찻잔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장유와 진례면 중심지를 지나자 버스 안은 서서 가야 할 정도로 승객들로 꽉 찼다. 버스는 덜컹거리며 서부로를 따라 진영읍으로 달렸다.
 

   
▲ 버스 이용 승객들이 몰린 진영시외버스터미널.

의전, 등리, 죽곡, 외촌 등 낯선 마을 이름에 고개가 창 밖으로 향했다. 버스와 함께 도로를 달리는 대형트럭이 늘어났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공장들 앞을 지나자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던 외국인근로자들이 버스에 올라왔다. 용케 자리를 잡았던 외국인은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 타자 말없이 자리를 양보했다. 승객 김 모(60·여·진례면 의전리) 씨는 "머리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진영읍내 미용실에 간다. 44번은 진례와 진영을 오갈 때 필요한 소중한 버스다. 버스 배차 간격이 30분인데, 좀 더 좁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스는 용담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더니 용담마을로 향했다. 왕복 4차로였던 도로가 왕복 2차로로 좁아졌다. 용담마을, 신용삼거리를 지나자 어느새 진영구도심이었다. 진영시외버스주차장 안 GS편의점 안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진영구도심을 빠져나가자 아파트 숲이었다. 진영중학교, 금병초등학교, 중흥S클래스를 지난 버스는 기점인 진영자이아파트 앞에 멈춰섰다. 마지막 손님이 내리자 새로운 손님이 버스에 올라탔다. 전 기사는 버스에서 내려 숨을 고른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전 기사는 "평소 체력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오래 운전해도 끄떡없다. 진례면, 진영읍에는 44번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 어르신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정류장에 서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운행을 재촉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44번 노 선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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