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에서 지난해 1.8%
매출 400억 중견기업 부도내기도
일부 업체 업종전환 놓고 고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김해 지역 기업들의 전자어음 부도율이 급증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업종 전환 등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해뉴스>가 지난 10일 금융권을 통해 입수한 '김해 지역 전자어음 부도율' 현황에 따르면, 2014년 399억 원이었던 지역 기업들의 전자어음 부도 총액이 2015년 284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에 다시 79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지역 기업들의 전자어음 부도율도 급증했다.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에는 전자어음 교환총액 3조 6321억 원 가운데 399억 원이 부도 처리돼 부도율이 0.8%였다. 2015년에는 다소 진정 기미를 보여 교환총액 4조 2580억 원 가운데 284억 원이 부도 처리돼 0.7%로 낮아졌다. 하지만 제조업 불황이 확산된 지난해에는 교환총액 4조 1691억 원 가운데 798억 원이 부도 처리돼 부도율이 1.8%로 2.5배 정도 높아졌다.
 
한편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경남 지역 경제동향'을 통해 김해 지역의 어음 부도율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어음 부도율의 경우 실거래에서 10%도 사용하지 않는 종이어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의 기업 여건을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역 제조업체들의 실제 침체 현황은 <김해뉴스>가 입수한 '전자어음 부도율 현황'보다 더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해 지역의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종이·전자어음보다 전자채권이나 외상매출채권을 통해 거래대금을 결제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외상매출채권의 경우 발행은행에서만 관리하고 통용되기 때문에 부실 규모를 다른 은행이 제대로 알기 어렵다. 외상매출채권으로 결제하고 대금을 미지급해도 부도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파악되지 않는 부실규모는 더 크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곪아터진 지역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주에 부도를 낸 한 기업체의 본사 전경. 최근 들어 이 회사 뿐만 아니라 김해 지역기업들의 어음 부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에 주촌면의 중견 조선기자재 업체가 부도를 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업체는 조선업 불황의 와중에도 지난해 매출이 400억 원을 상회했을 정도로 견실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지역 조선기자재업체들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 회사는 지난 7일 주거래은행에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했다. 이튿날인 8일에도 부도어음을 해결하지 못해 최종부도에 이르게 됐다.
 
주거래은행 관계자는 "이 기업은 1차로 어음 60억 원을 막지 못했고, 2차로 18억 원을 해결하지 못했다. 조선업의 '수주 절벽' 현실에서 저가 수주에 따른 자금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설 이후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가 부도 2~3일 전에 회사 자금 상황이 안 좋다고 전해 왔다. 아직 회사로부터 파산, 회생 등 향후 처리 문제를 들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2/4분기에 발전설비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한림면의 한 중견업체가 문을 닫은 후 '수주 절벽' 직격탄에 의한 부도로는 최대 규모여서 지역 상공계도 놀라는 분위기다. 지역 상공계의 한 인사는 "이 회사의 대표는 평판이 좋은 사람이다. 사재를 털어도 안 되니 회사를 정리하려는 것 같다. 1차 협력사가 이렇게 넘어지면 2~3차 협력업체들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경남은행의 거래기업들 가운데 지난해에 사실상 폐업한 업체가 2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12곳, 하반기에 13곳의 기업체가 부실화됐다. 이 중 매출액 150억 원 미만인 업체는 4곳, 100억 미만은 5곳, 50억 미만은 16곳이었다. 이는 특정 은행의 거래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지역 기업의 부실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지역 제조업체들은 업종 전환 등 향후 사업의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상공계의 한 인사는 "오래된 기업들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거래처나 품목을 몇 개로 나눈다. 조선을 하면서도 자동차나 기계 쪽으로 납품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불황이 장기화하면 연쇄 부도 등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기업들은 업종 전환을 고민해 보지만 신규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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