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들이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미륵산 정상 전망대로 걸어가고 있다.


1954년 창건 미래사 관광객 발길 이어져
일제강점기, 6·25전쟁 얽힌 절 역사 눈길

탑비 옆 샛길 따라 편백나무 숲 향긋
미륵불 전망대 앞 푸른 바다에 눈 시원

정상 부근 나무데크, 산·바다 조망 편해
계단 다 오르니 시내·어촌 360도 파노라마



불교에 따르면, 미륵이 마침내 인간 세상에 내려오면 온 세상이 풍요롭고 기쁨으로 가득찬다고 한다. 문제는 미륵이 인간 세상에 오는 데 56억 7000만 년이란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미륵의 하생을 기원하는 산들이 많이 있다. 전북 익산의 미륵산과 경북 울릉도의 미륵산이 그렇다. 김해에서 가까운 경남 통영 봉평동에도 미륵불의 강림을 염원하는 산이 있다. 미륵산이다.
 
김해에서 통영 시내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통영 시내에서 미륵산으로 가려면 20분가량 더 들어가야 한다. 산의 남쪽 기슭에 위치한 미래사를 둘러본 후 정상으로 갈 생각을 했던 터라서 통영케이블카는 타지 않았다.
 
산허리를 휘감은 아스팔트길을 운전해 가는데 길이 울퉁불퉁해서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꼬불꼬불한 산길의 사방으로 난 앙상한 나뭇가지가 방문객을 에워쌌다. 이내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나타났다. 미래사에 도착한 것이었다.
 

▲ 미래사 대웅전 내부 전경.
▲ 미륵불 전망대 길에 펼쳐진 편백나무 숲길.

절 입구의 현판 아래에서 두 손을 모아 인사한 후 안으로 들어서자 입이 떡 벌어졌다. 미래사는 'ㅁ'자형으로 편백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요새같았다. 미래사는 1954년에 창건되었으니 역사가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경관이 수려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미래사 주지 여안 스님에게서 창건에 관한 일화를 들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모든 절의 스님들이 부산 금정산에 있는 범어사로 모였다. 효봉 스님은 여러 승려를 데리고 배 편으로 전남 해남 대응사로 향했다. 승려들을 태운 배가 통영에 잠시 머무는 사이 효봉 스님은 멀리 미륵산을 보더니 배에서 내려 용화사 도솔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1년 뒤 효봉 스님의 제자인 구산 스님은 미륵산에서 걸망(승려의 배낭)을 내릴 장소로 미래사를 창건했다.
 

▲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미륵불상.

효봉 스님은 일제강점기 때 최초의 조선인 판사였다. 일본 와세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으로 왔다. 그는 독립군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후 스스로 판사직을 내려놓았다. 엿을 팔며 전국을 떠도는 등 기행을 일삼던 효봉 스님은 금강산 신계사 보운암에서 고승 석두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미래사의 주차장 좌측 산비탈에는 효봉·석두·구산 스님의 탑비가 세워져 있다.
 
미래사의 분위기는 고즈넉했고 신비스러웠다. 암자 중앙에는 인도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삼층석탑과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 전각 마루에는 '스님 수행 중 침묵'이란 글귀가 적힌 기와가 놓여 있었다. 묵언수행을 하듯 입을 꾹 다문 채 암자 일대를 둘러보았다. 마루 아래에 퍼질러 앉아 있던 새끼 고양이가 몸을 세우더니 전각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대웅전에서 절을 한 후 '부처님의 젖'이란 뜻의 '불유정' 우물에서 청량한 약수 한 모금을 들이켰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여안 스님이 미륵불 전망대로 가보라고 부추겼다.
 
사실 미래사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미륵불 전망대다. 탑비 옆의 샛길을 따라 걷다 보니 편백나무 숲길이 나왔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편백나무 숲에서는 피톤치드 향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울창한 수림의 위엄에 감탄하며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산책로의 끝자락에 이르니 눈을 지그시 감은 미륵불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푸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다.
 
지금부터는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으로 향해야 한다. 미래사 입구 오른편에 등산로가 나 있었다. 산 정상까지는 1.2㎞. 넉넉잡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경사는 완만했는데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정상까지 200m'란 표지판이 보였다. 그러자 멀리 어디에선가 "야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힘을 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상이 가까워오자 나무데크 길이 나왔다. 한 여성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아차, 미륵산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수월하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산이었지!
 

▲ 산 정상에서는 바다풍경 외에 통영 시가지 전경도 볼 수 있다.

정상 부근의 나무데크에는 산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었다. 문학인 박경리의 묘소와 기념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격파했던 한산대첩과 당포해전이 일어났던 해상구간 등을 망원경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봉수대 쉼터에서는 정상 등반을 자축하려는 듯 등산객들이 김밥과 떡을 나누어 먹고 있었다. 봉수대 쉼터를 지나 나무계단을 오르니 통영시가지와 어촌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미륵산 정상에는 문화관광해설사 2명이 오후 3시까지 상주하고 있었다. 한 해설사에 따르면 미륵산의 연간 방문객은 100만 명이고, 성수기 주말에는 하루 평균 1만 2000명이 찾고 있다. 오는 6월이면 케이블카 누적 탑승객 수가 11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설사는 미륵산을 찾는 외국인들은 뛰어난 자연경관에 반해 '원더풀(wonderful)' '어메이징(amazing)' '액설런트(excellent)' 이 세 마디만 한다고 자랑했다.
 
한편, 통영은 시조시인 김상옥과 극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 시인 김춘수 등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해낸 예향이다. 산 정상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예술 관련 기념관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또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은 물론, 인근 고성의 산들과 여수 돌산도, 일본 대마도, 진해시까지 보인다고 한다. 대한민국 남단의 절반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해뉴스 /통영=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미륵산 /통영시 봉평동 산19-7
김해여객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를 타고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터미널에서 231번 버스 탑승 후 용화사정류장에서 하차. 문의/055-640-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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