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신문협의회(회장 김동성 거제신문 대표)는 지난 15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과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해를 맞아 그가 구상하고 있는 교육 정책은 무엇인지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동성 회장, 한산신문 허도명 대표, <김해뉴스> 남태우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적 행정자율성 확대에 노력
새 대입정보시스템 학생에 유익
부패 제거 위한 제도 개선 주력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자신의 교육 가치관과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지난해의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 2년 6개월간 교육의 비본질을 제거하고 올바른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 교육만큼은 학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 몇 가지를 꼽자면 일등도 꼴찌도 모두 행복한 '행복학교 운영', 학생 성장 중심의 '교실수업 및 평가 방법 개선’,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소통과 협력의 교육 문화 조성', 합리적인 '인사제도 개선'이다. 경남 교육 가족이 교실수업을 바꾸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덕분에 학교 문화가 변화했고, 이것이 교육감으로서 가장 보람이 있었다.
 
- 2017년을 '교육본질에 집중하는 해'로 선언했는데 올해 방향과 정책은.
'교육본질에 집중하는 해'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기조로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업 혁신, 다양성 교육 확대, 학생안전 강화,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생태환경교육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
 
교육본질의 핵심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다. 수업을 바꾸지 않고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성장을 돕는 과정중심 수시평가와 서술형 평가의 안정적 시행,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전문적 학습 공동체 활성화 등 수업혁신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키우겠다.
 
특히 교육부 공모사업인 수학문학관을 유치해 오는 9월 창원중학교 별관에 건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5년에 만든 양산수학체험센터를 시작으로 김해수학체험센터(하반기), 진주수학체험센터(2018년) 등을 만들어 경남의 수업을 바꾸어 나가겠다.
 
오는 3월 개교 예정인 밀양영화고, 경남고성음악학교, 거창연극학교를 잘 준비하고, 자유학기제를 내실화하며, 일반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대입정보센터 확장 등 다양성 교육을 확대해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하겠다.
 
- 교육행정의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초임교사 때에는 매를 들기도 했다. 당장 효과가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 아이들은 몽둥이를 피하고자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문제를 일으켰다. 체벌이 아니라 자율성을 줬더니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기 시작했다.
 
경남의 경우 지역이 넓고 색깔이 다 달라서 획일적인 의사결정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예전에 태풍이 오니까 부산에서는 휴교령을 바로 내렸다. 경남은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쳐서 태풍이 상륙하는 당일 아침에 일괄 휴교조치를 하게 됐다. 학교 중에서는 불과 5분 전에 정상수업을 한다고 휴대전화 단문메시지를 보낸 곳도 있었다. 그 학교 교장님에게 많이 미안했고 자율성이 중요함을 한 번 더 깨닫는 순간이었다.
 
교육행정에서 자율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인식의 확산과 누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자율성이 자리 잡으려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위만 바라보고 움직이는 시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선진국은 일선 학교의 자율성이 높지만 잡음이 별로 없다. 우리는 과도기적인 상황인데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
 
- 도교육청이 구축한 자체 대입정보시스템은 무엇인가.
요즘 입시정책은 다양성을 강조하고 이른바 유명대학에 많이 보내라고 독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진학정보는 확실하게 주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0여 종의 관련자료를 발간했지만 부족한 감이 있었다. 빅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학업성적, 동아리·봉사 활동 등 모든 진학과정을 망라한 시스템을 개발했고, 특허 출원도 검토하고 있다.
 
도교육청 대입정보시스템이 가진 정보는 사설학원과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 대학에 간 수험생들의 개별 자료를 개인정보 이용동의를 받은 뒤 다 수집했다. 수험생이 특정 대학의 어떤 학과를 지망한다면 합격자 생활기록부부터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 과정을 전부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책을 읽었는지까지 나와 있다. 모든 입시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입시정보센터는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매우 유익한 곳이다. 많이 이용하기 바란다.

- 교육감 직을 수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점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남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보자는 열망으로 수업혁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교사들의 모습과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다. 운동 경기에서 감독이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자신의 경기 전략이 맞아 떨어졌을 때라고 한다. 교육감이 취임 초부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교사를 아이들 곁으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학교로 출근하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닌, 그날 처리할 공문과 행정업무를 걱정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행정업무를 줄여 수업과 평가 등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고, 그 결과 교실수업을 바꾸고자 하는 교사들의 노력도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교육청도 교사들의 연수 기회를 늘리고, 평가 방법을 개선하며, 수학문화관 유치와 수학체험센터 확대를 통해 수업혁신 노력을 뒷받침 하겠다.
 
아쉬웠던 것은 취임 초기 급식 문제 등으로 교육정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누리과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빚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시작한 누리과정 사업이 예산 없이 시·도 교육청으로 넘어오면서 빚이 쌓이게 되었다. 가중되는 재정 부담으로 학교 운영비를 충분히 교부해 줄 수 없었고, 각종 교육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학교급식비 등 교육 재정 여건이 하루빨리 나아지기를 바라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침해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 지난해 학교안전물품 납품 비리가 불거지며 도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2016년 청렴도 측정 결과 도교육청이 12위로 청렴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도민의 평가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교육감실 입구에 걸어놓은 '견리사의(見利思義)'의 편액은 '이익보다 옳음을 앞세우자'는 다짐이다. 올해는 그 의미를 되새기며 청렴도를 높이고자 한다. 시작은 소통과 공감이라 생각한다.
 
올해 도교육청은 공감하는 청렴분위기 조성을 위해 청렴의 날 운영, 청렴 마일리지 활성화,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청렴해피콜 등 청렴시스템 구축, 민·관이 함께 만드는 청렴문화를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특히 부패취약 분야인 운동부 운영, 현장학습 등 9개 분야 특별관리 T/F를 운영하여 부패취약 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주력하겠다.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경남지역신문협의회 인터뷰 장면.


-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학생생활과를 신설한 이유는.
도교육청의 조직개편은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해 조직의 체계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종전에 체육교육, 학교폭력, 인성교육의 전반을 담당했던 교육국 내 체육인성과가 학생중심의 인성교육과 최근 빈번한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체평가에 따라 '학생생활과'를 신설했다. 학생생활과는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학생들의 특기와 소질 계발을 위한 다양성교육과 특수교육 업무를 담당한다.
 
조직의 개편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학생중심교육 지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도 정기적인 조직점검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
 
- 책 읽는 경남을 위해 많은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데.
교육감 취임 초기부터 각급 학교에 '책 읽어 주세요' 프로그램과 '한 책 읽고 토론하기'를 전개해 모든 초·중·고 학생들의 비경쟁 독서토론을 정착시켰다. 또한 학생 및 학부모 독서동아리 383개  팀과 학생 독서·책 쓰기 111개 팀의 운영을 지원해 자발적 독서문화 조성과 독서프로슈머로서의 역할을 돕고 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학교도서관 인프라 현대화, 교수학습 자료 구입 지원, 겨울방학 독서캠프 지원, 학교도서관 활용자료 5종을 개발·보급했다. 교수학습 지원센터로서의 기능 강화 및 독서교육 브랜드화 추진을 위해 학교도서관 활용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책 읽어 주세요', '한 책 읽고 토론하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학교 내 토론문화를 조성해 초·중·고 학생들의 독서 친화적 활동을 도울 계획이다.
 
- 취임 이후 행복학교 정책을 꾸준히 펼치는 이유는.
행복학교는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으로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곳이다. 4년간 지정·운영되는 행복학교는 현재 21곳이 운영 중이고, 17곳이 추가 선정돼 3월부터는 총 38곳이 운영된다. 행복학교의 준비 단계인 행복맞이학교는 매년 지정하여 1년간 운영하는데, 지난해 85곳, 올해 124곳을 지정해 운영한다.
 
지난해 한국교원대에 의뢰해 실시한 행복학교 중간평가 결과를 보면 교사,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평균 86점으로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행복학교는 교직원들의 소통과 협력, 자발적 참여,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실현해가고 있다.
 
경남지역신문협의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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