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하도시개발사업 예정지에서 굴삭기가 흙을 돋우고 있다.

 
 시, ‘율하도시개발사업’ 추진
“지역 주택수요 부족에 대처”
 대저건설 등과 SPC 만들 계획
 지역주민 “특정기업 위한 특혜”



"수십 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어놓고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더니 이제는 헐값에 땅을 빼앗아 특정기업에 넘겨주려는 처사가 아니냐!"
 
김해시가 특정기업과 손을 잡고 공공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아파트를 짓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자 특정기업의 개발이익을 염두에 둔 특혜성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대동첨단산업단지, 김해복합스포츠레저단지처럼 지역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공공SPC를 만들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민간업체의 아파트 건설을 위해 추진한 전례는 드물어 사업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 사업 경과
율하지역 주민들과 김해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3월 지역업체인 대저건설의 제안으로 그린벨트 지역인 장유동 19-5번지 일원 10만 8000여㎡(3만 3000평)에서 민·관공동출자 방식으로 '율하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로로 단절된 개발제한구역의 개발을 통해 율하2지구와 연계한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서민용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해 지역의 부족한 주택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다. 예상사업비는 보상비 272억 원, 조성비 274억 원, 기타비용 112억 원 등 총 658억 원이다.
 
시는 지난해 5월 12일 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게시했고, 6월 3일 신청을 마감했다. 참가자격은 2개 이상의 법인(공공기관 포함)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으로 규정했고, 참여 건설사는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0위 이내로 제한했다. 결국 대저건설·한국농어촌공사 컨소시엄 한 곳만 사업신청서를 제출했고, 시는 이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공공SPC 설립 및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했다. 민간기업인 대저건설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시 등이 참여하는 공공 SPC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시는 지난달 공공SPC 설립 타당성 결과를 공개했고, 22일 열리는 김해시출자출연심의위원회에 상정했다. 공공SPC 지분은 시 32%, 한국농어촌공사 19%, 대저건설 49%다. 시와 한국농어촌공사의 총 출자금은 5100만 원에 불과하다.

 

▲ 율하도시개발사업 예정지 인근에 개발 반대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주민 반발
김해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와 일반분양 아파트 등 주택공급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시가 '주택용지 부족'을 내세우며 대저건설과 손잡고 공공SPC까지 만들어가며 율하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자, 해당지역 주민 등을 중심으로 그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율하도시개발사업 예정지 지주 32명으로 구성된 '김해율하도시개발사업반대대책위'는 "시는 이 지역에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그 규모는 1000여 가구 정도다. 하지만 2019년까지 장유에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건설이 계획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 부족을 내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지금까지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했다. 그런데 시가 현재 책정한 보상비는 3.3㎡당 82만 원이어서 실거래가인 119만 원에도 못 미친다. 저렴하게 부지를 수용해서 대저건설사에 넘겨주려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형식상으로는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저건설을 염두에 둔 공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책위는 "시가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참가자격을 시공능력 상위 100위로 제한한 것 등은 결국은 대저건설이 사업을 추진하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모 공고 게시일로부터 신청 마감일까지 준비기간은 주말을 제외하면 보름 남짓에 불과했다. 2개 이상 기업·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를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또 사실상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용지 조성 사업에 시가 나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기 위해 공공SPC를 만든 전례가 거의 없어 특정업체의 개발사업에 편의를 봐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도시개발업체 관계자는 "시가 공공성을 내세워 그린벨트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김해시도시개발공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왜 굳이 대저건설을 포함시켜 공공SPC까지 만들어가며 사업을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시, 대저건설 해명
시 관계자는 "사업을 제안한 민간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면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전국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면서 "도시 확장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해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도시계획상 주택공급을 위한 가용 부지가 여전히 모자라기 때문에 해당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지 내 토지 수용은 60~70% 보상 협의가 돼야 가능하다. 현재 책정 보상비는 정확한 감정 평가액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대저건설의 제안으로 사업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2015년 중순 대저건설로부터 사업 이야기를 들었다. 관련법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공지분이 절반 이상을 넘어야 하는 만큼 농어촌공사에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저건설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후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어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부분이 없다"며 "사업 예정지의 일정 부분은 임대주택 용도로 배정할 계획이어서 도시개발사업으로서의 공공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남태우·심재훈·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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