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곤 김해시장님.
 
중국의 고전인 <전국책(戰國策)>에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제나라의 재상 추기가 아내에게 미남자로 소문 난 서공과 자신 중 누가 더 나은지를 물었다. 아내는 추기가 낫다고 했다. 추기는 첩에게도 물었다. 답은 같았다. 추기는 한 손님에게도 물었다. 같은 답이 나왔다. 뒷날 추기가 서공을 만났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추기는 생각했다. '아내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첩이 그런 것은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그런 것은 나에게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추기는 왕을 만나 이렇게 진언했다. '아내와 첩과 손님은 저마다의 이유로 서공보다 제가 더 미남이라고 말했습니다. 왕이라면 더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왕께서는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을 단 한 명도 가지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느닷없이 엄청난 곤경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고사를 인용하는 이유는, 시장님 곁에 직언을 하는 분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공사석에서 시장님을 옹호하는 한 분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김해시의 대다수 공무원들은 아예 직언을 포기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시장님이 절벽을 향해 걸어가는데도 내버려 둔다고들 합니다. '우리는 영혼이 없다'고 자조하는 공무원들, 그들 특유의 복수인 셈입니다. 아동심리학자들은, 부모의 강요에 따라 순순히 공부에만 몰두해 온 아이들이 어느 날 공부를 아예 놓아버리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게 아이들 식의 복수라고 말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이 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시장님의 의중에 따라 선출직 김해문화원장에게 사퇴를 권유했던 한 공무원이 과연 그게 옳다 여겨서 그렇게 했겠습니까.
 
손학규 민주당 대표께서는 얼마 전 부산을 방문했을 때, 재래시장인 당감새시장 인근에 들어선 롯데마트를 두고, 시장과 롯데마트 간 거리가 640m 정도인데 어째서 허가가 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가 외동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세우려는 이 마트도 사정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시장님은 손 대표님과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훗날 검찰·경찰의 수사나 국정조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판국인데, 지금 시장님께 직언을 하는 분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시장님.
 
앞에서 언급한 <전국책> 고사의 뒷부분을 마저 들려드리겠습니다.
 
추기의 말을 들은 왕은 이런 행동을 취했습니다. 면전에서 왕의 잘못을 짚어주는 자에게는 최고의 상을, 글로써 잘못을 알려주는 자에게는 중급의 상을, 왕의 잘못을 비방하고 소문을 내 왕의 귀에 들리게 하는 자에게는 하급의 상을 주겠다고 영을 내렸습니다. 영이 떨어지자 왕의 잘못을 말하려는 자들이 한동안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1년 후에는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왕은, 잘못을 지적받으면 바로 고쳐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위의 나라들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나라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심지어는 스스로 조공을 바치는 나라도 생겨났습니다.
 
바라건대, 시장님께서는 이 고사를 염두에 둠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괄목상대(刮目相對 : 눈을 비비고 다시 봄)' 하도록 만드시기 바랍니다.
 
시장님을 위해서나, 김해와 시민들을 위해서나 반드시 그렇게 하셔야만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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