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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동 옛 나루터엔 외로운 해오라기 날갯짓…신학기 인제대엔 ‘상큼’ 새내기 대학생 북적(6) 97·98번
  • 수정 2017.03.15 09:55
  • 게재 2017.03.15 09:53
  • 호수 314
  • 8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97번 버스가 어방동 대우유토피아아파트 정류장을 지나고 있다.


대동차고지 출발, 89.3㎞ 장거리 운행
교각 통과 후 불암동 장어가게 줄지어

지내동  들어서자 못안마을 태극기 ‘펄럭’
삼방동 아파트촌 아래 전통시장 변화 눈길

분산 아래 대우유토피아 정류장 지나
창원 사파동까지 멈추지 않는 버스 바퀴



서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김말대(65) 버스기사가 운전대를 잡는다. 그는 버스 운전 경력만 24년인 베테랑이다. "97번, 98번 버스에는 김해~창원을 오가는 대학생이 많이 탑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운전할 때는 항상 긴장합니다. 자 출발해 볼까요?" 버스는 대동면 수안리 대동 차고지이자 기점인 선암을 유유히 빠져 나갔다.
 
97번은 대동 차고지를 떠나 지내동~활천동~외동~장유 1·2동을 찍고 창원터널을 지난다. 98번은 지내동~장유까지는 97번과 노선이 같다. 창원터널을 지나면 두 버스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97번은 성산구청~사파동~창원시청~창원대~종합운동장~대동백화점을 거쳐 다시 성산구청으로 돌아온다. 98번은 성산구청~대동백화점~창원대~사파동을 거쳐 성산구청을 거쳐 장유로 넘어온다.
 
가야IBS 김재웅 노무부장은 "97번, 98번 노선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운행한다. 장유에서 출발할 경우, 목적지가 대동백화점이라면 98번을 타면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 창원에 가는 승객들은 버스 노선을 확인한 뒤 탑승하면 목적지로 가는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과 김해를 오가다 보니 노선 길이는 총 89.3㎞로 긴 편이다. 김 기사는 "운행시간이 3시간 30분~4시간으로 길다. 승객들이 많이 탑승하다 보니 안전 운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일할 수 있어 즐겁다"며 웃었다.
 

   
▲ 불암동 김해교(선암다리) 위로 부산김해경전철이 유유히 달리고 있다.

선암에서 나온 버스 뒤로 김해교 교각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황금색, 옥색의 조형물로 장식한 김해교는 시민들에게 선암다리로 더 익숙한 교량이다. 부산 강동동 대사리~불암동을 잇는 김해교는 김해의 관문이다. 1935년 7월 김해교가 놓이기 전까지 김해의 관문은 불암나루였다. 불암나루 혹은 선암나루로 불렸다. 불암나루는 대저~구포, 김해~가락을 연결하던 서낙동강의 대표적 나루터였다. 옛 나루터의 모습은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해오라기 한 마리가 큰 날개를 펄럭이며 서낙동강 위를 유유히 날 뿐이다. 김해교 서쪽에는 배석현 선생이 1988년 한일그룹으로부터 후원받아 세웠다는 '가락고도비(駕洛古都碑)'가 우뚝 서 있다.
 
불암파출소로 향하는 버스 차창 밖으로 '향옥정', '새동래장어구이' 등 장어식당들이 눈에 띈다. 지금이야 옛말이 됐지만, 한때는 김해교 아래 서낙동강에 그물만 던지면 민물장어가 꿈틀댔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1970년대부터 불암동~대동으로 이어지는 강을 따라 장어가게들이 줄을 지었다. 2005년 신항만배후도로 건설로 장어가게들은 양쪽으로 갈라졌고, 현재 식만로 348번길에 강변장어타운이 형성돼 있다.
 
선암다리 정류장에서 첫 손님이 버스에 올랐다. 이 모(68·여·대동면 수안리) 씨는 어방동에 있는 병원에 가는 참이라고 했다. 그는 "대동면~시내를 오가는 버스 운행 수가 적다.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갈 때마다 97번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첫 손님을 실은 버스는 김해대로를 따라 지내동으로 향한다. 지내동 입구를 지나자 벚꽃처럼 화사한 색의 못안경로당 건물 위로 태극기가 펄럭인다. '못안'이라는 이름에 눈이 머문다. 못안경로당 옆에는 못안마을유래비가 있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마을 이름의 유래를 알려 준다. 안동공단이 마을 맞은편에 생긴 뒤 공단과 마을 사이에 연못 같은 도랑이 생겼다. 마을이 그 안쪽에 들어서게 됐다고 해서 못안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47년 6월에는 '못 지(池)', '안 내(內)'로 해서 지내동이 됐다.
 
"털털털~"하며 버스가 힘겹게 언덕을 오르자 한일여고가 보인다. 점심시간에 몰래 학교 밖으로 나온 여고생들이 재잘거리며 간식을 사먹고 있다. 발랄한 여고생들의 모습에 따라 저절로 표정이 밝아진다.
 
이후 창밖 풍경은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 빠르게 변한다. 3~4층 높이의 낮은 주택가가 나타나더니 이내 아파트촌으로 바뀐다. 이어 다람쥐 한 마리가 그려진 표지판이 삼방전통시장의 위치를 알려 준다. 삼방전통시장은 중소기업청의 '2016년 전통시장 경영혁신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시장이다. '소풍'을 주제로 대형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어린이 드럼통 미니기차'가 시장 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다람쥐 캐릭터의 웃음을 뒤로 한 채 버스는 동원아파트, 한일아파트, 화인아파트를 차례로 지난다. 화인아파트 정류장에서 김민희(20·여) 씨를 만났다. 그는 "97번은 동김해~창원을 잇는 유일한 버스다. 창원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갈 때 꼭 탄다"고 말했다.
 
버스는 새 학기를 맞아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인제대 앞에 섰다. 초록색,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물들여 잔뜩 멋을 낸 대학생들의 재잘거림이 끊이질 않는다. 김말대 기사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가 되면 97번 버스 안은 창원으로 가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넘는다. 김 기사가 기어를 1단으로 바꾸고 고개로 오를 준비를 한다. 분산 동쪽 아래에 대우유토피아 아파트가 빽빽이 심어진 나무처럼 들어서 있다. 1994년 대우건설이 세운 아파트다. 아파트로 가는 길 양쪽에는 길게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흔들어댄다. 아파트 앞 정육점, 야채가게는 저녁 반찬 마련에 나선 주부들로 분주하다. 승객 박진희(33·여) 씨는 "대우유토피아 아파트 앞을 지나는 버스는 97번, 98번, 8-1번 밖에 없다. 시내로 가는 노선이 몇 개 없기 때문에 97번은 참 고마운 버스"라고 말했다.
 
버스는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더니 다시 오르막길로 향한다. 한 어린이 승객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버스는 활천고개를 지나 '동상동' 정류장에 섰다. 창밖 풍경을 즐기는 한 승객이 꼬물거리는 강아지와 날쌔게 점프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김해도서관과 김해보건소를 지나자 버스에는 앉은 승객보다 서 있는 승객이 더 많다. "손잡이를 꽉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이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 불암동 강변장어타운 전경. 지내동 못안마을 입구. 손님들로 북적이는 삼방전통시장(왼쪽부터).

버스는 한국1차아파트, 한신아파트 등 지나 분성로를 내달린다. 한 남학생이 우연히 버스에서 친구를 만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어디 가?", "어제는 뭐하고 놀았어?" 그는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며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버스는 외동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금관대로를 달린 뒤 풍유동과 명법1통, 내덕 등 칠산서부동을 지난다. "이번 정류장은 내덕입니다." 안내방송에 고개가 창밖으로 향했다. 버스는 대동1단지, 장유초, 주공아파트에 이어 장유스포츠센터를 지난다. 스포츠센터의 푸른 인조잔디에서 시민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장유스포츠센터는 수영장, 헬스장, 체육관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4월이면 장유 지역 주민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역주민들의 잔치 한마당인 '장유의 날'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했다.
 
버스는 대청초, 대청고, 갑오마을을 지나 대청계곡으로 내달린다. 3~4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대동3단지, 주공2단지아파트 등이 보인다. 음식점, 편의점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버스는 계동초, 덕정, 신안마을을 거쳐 창원으로 넘어가는 창원터널로 향한다. 김해 쪽의 마지막 정류장은 신안 마을이다. 오래 전 그릇을 굽던 마을이었다. 진해 웅천에서 '소사재'라는 고개를 넘어 사기그릇, 수산물을 지고 나르는 고갯길 마을이기도 했다. 창원2터널과 신항만제2배후도로가 관통하는 바람에 고갯길마을은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됐다.
 
창원으로 가는 승용차들 사이에서 버스도 부지런히 바퀴를 굴린다. 버스는 어두컴컴한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97번 노 선 도
선암다리~지내동삼거리~못안마을~삼방시장~인제대학교~대우유토피아~활천고개~김해보건소~중앙병원~풍유동~내덕~장유초등학교~장유스포츠센터~갑오마을~대청계곡~신안마을~창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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