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산책객이 매화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공원 일대 수목 41종 5만여 그루
봄철 되면 벚꽃·튤립 “환상의 조화”

노즐 200여 개 음악분수 5만가지 조화
7~8월엔 수막 이용 워터스크린 영화

각종 체육시설·놀이광장 골고루 갖춰
흙길, 보도블럭 포장길 산책은 ‘낭만’



봄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3월,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이제 낮에는 제법 포근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겨우내 꽁꽁 움츠려 있던 몸은 따스한 햇살에 살살 녹아 간질거린다.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거나 산책이 절로 생각날 때 김해시민들은 항상 이곳을 찾는다. 시내 공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지공원이다.
 
내동에 있는 연지공원은 면적 9만 4100㎡(2만 9043평)를 자랑하는 김해의 대표적 공원이다. <김해시지명변천사>에 따르면 연지공원은 옛날부터 '신못(新池)'이라고 불렸다. 1930년대 일제시대 때 저수지로 쓰기 위해 확장했다. 1990년 내외지구 택지개발 이전까지는 농업용수 공급지 역할을 하다 1999년 시민휴식공간으로 재개발됐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는 연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고 해서 연지공원으로 불린다.
 

▲ 대학생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봄기운을 가득 실은 바람과 함께 연지공원은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수업을 마치고 온 대학생들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떤다. 한 부부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를 평평한 돌바닥에 내린 후 이른 걸음마 연습을 시킨다. 아이가 뒤뚱뒤뚱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지켜보는 산책객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애완견을 데리고 온 젊은 여성,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점심식사 후 한껏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산책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에는 즐거움과 편안함이 묻어 나온다.
 
연지공원의 명물은 아름다운 수목환경과 음악분수다. 공원 일대에는 왕벚나무, 잣나무, 소나무, 모과나무, 철쭉 등 각종 나무 41종, 5만 1000본이 심어져 있다. 공원 외곽을 따라 촘촘히 늘어선 나무는 금관대로를 달리는 매캐한 자동차 매연을 '철벽 방어'한다. 덕분에 시민들은 마음껏 걷고 달리며 상쾌한 공기를 들이킬 수 있다.
 
봄이 되면 연분홍빛 벚꽃의 향연과 형형색색 튤립의 조화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심은 튤립은 4만 5000여 송이를 넘는다. 매화나무는 일찌감치 꽃망울을 활짝 터트려 나들이객을 맞고 있다. 땅에는 보드라운 하얀 꽃잎이 흰 눈 내린 듯 소복하게 쌓여 있다. 향긋한 매화향을 나르는 바람은 나들이객을 기분 좋게 만든다.
 

▲ 산책객들이 연지호수에 설치된 수변데크를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연지호수의 마스코트 격인 원앙과 오리가족.

연지공원의 김종규 공원관리반장은 "연지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꼽으라 하면 단연 튤립화단과 벚꽃터널이다. 매년 3월 중순이 되면 벚꽃과 튤립, 펜지, 나팔꽃이 공원 일대를 수놓아 장관을 이룬다. 모과나무, 치자나무 등 열매를 맺는 나무도 많아 시민들이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음악분수는 연지호수 중앙에 설치돼 있다. 분수 노즐이 200여 개를 넘고, LED수중등과 펌프도 300여 개를 웃돈다. 연출할 수 있는 분수 모양만 5만 2000개에 이른다. 음악분수는 3, 4, 10, 11월에는 오후 1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 네 번 가동한다. 5~9월에는 오후 1~7시에 매시간 20분씩 물줄기를 뿜는다.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한 빛으로 수놓는 음악분수 레이저쇼는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장쾌한 물기둥에 화려한 색상의 레이저가 더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음악의 종류와 선율에 따라 물줄기의 높이와 모양은 달라진다. 2006년부터 11년째 음악분수 관리를 맡아온 인병오 담당자의 솜씨다. 그는 "1년에 한 번 오프닝 음악을 작곡해 선보인다. 평소에는 가요, 팝, 동요 등 다양한 종류로 음악을 만든다. 조명, 물높이, 모양 등을 0.05초 단위로 세밀하게 맞춰 음악분수를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 3~10월 매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음악분수 레이저쇼.

7~8월 매주 토요일에는 음악분수 공연 후 워터스크린 영화가 상영된다. 분수를 쏘아 올려 수막을 형성한 뒤 거대한 대형 화면을 만들어 영상을 튼다. 시원한 물줄기와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 훌륭한 야간경관을 만들어낸다. 호수 주변에는 계단식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 관람하기에 편하다.
 
수생식물과 조류가 살고 있는 연지호수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지난 겨울에 대대적인 청소를 끝낸 덕에 연지호수는 물밑이 보일 정도로 깨끗해졌다. 살이 통통히 오른 원앙과 오리 가족은 신이 났는지 호수를 가로지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어린이들은 오리가 호숫가에 숨어버리면 찾아다니느라 발걸음이 바빠진다.
 
아직까지 수생식물 없이 잔잔한 물결만 일렁이고 있는 호수지만 6월이 되면 수련과인 연, 수련이 피어난다. 핫도그처럼 생긴 부들도 자란다. 9월에는 물억새가 군락을 이룬다. 가을의 운치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여기에 호수를 가로지르는 수변데크에서는 물 위를 걷는 듯한 생생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 한 부부가 아이의 걸음마 연습을 시키고 있다.

도시 근린공원답게 곳곳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기구와 발바닥 지압시설이 설치돼 있다. 유아·어린이 놀이터, 농구를 할 수 있는 놀이광장은 물론 거대한 예술 조형물 9점이 설치된 조각공원까지 있어 휴식과 체육, 문화공간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다. 공원 인근에는 김해문화의전당과 수십여 개의 음식점, 카페가 늘어서 있어 멀리 이동할 필요 없이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가볍게 걷기 좋은 연지공원에는 여러 갈래의 산책 코스가 있다. 매일 걷는 아스팔트 도로에 신물이 났다면 흙길을 추천한다. 다소 울퉁불퉁하지만 흙냄새를 맡으며 땅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려면 보도블록으로 말끔히 포장한 길이 낫다. 연지호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호수를 한 바퀴 둘러싼 돌길을 거닐면 된다. 해질 무렵 햇살에 부서지는 호수의 물결은 눈부시게 빛나면서 산책에 낭만과 운치를 더해준다.
 
산책객 박천욱(내동·52) 씨는 "여름이면 꽃과 나무에 생기가 돋아나 무채색 도심에 활기를 더해준다. 외지인들도 공원을 찾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연지공원은 김해시민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김정화(30·여·동상동) 씨는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공원이 있어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먼 지역까지 갈 필요 없이 단출하게 김밥만 싸서 연지공원에 와도 기분전환이 된다. 아이에겐 즐거운 놀이터이며, 어른에겐 힐링의 공간"이라며 방긋 웃었다.
 
봄의 한 가운데 사시사철 푸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 연지공원을 걸어보자. 형형색색 물감을 찍어놓은 듯 화사한 꽃길을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연지공원 /금관대로1368번길 7.
가는 방법 : 부산김해경전철 연지공원역에서 도보로 5분. 7, 58, 100번 버스 타고 연지공원정류장에 하차 후 2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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