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연초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평생 수산업에 종사하신 아버지 덕분에 거제도, 울산, 마산, 창원의 바닷가에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지요. 직·간접적으로 바다를 겪은 경험이 많았고, 그것이 제 문학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바다를 가슴에 품은 김해문인협회 소속 손영자(65·사진) 시인이 제15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해양문학상은 해양시대에 걸맞은 문학작품을 발굴하고 해양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부산시와 한국해양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시행하고, 부산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상이다. 손 시인은 시 '투승점을 찍어라' 외 43편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4일 저녁 6시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손 시인은 1983년 첫걸음을 내딛은 김해문협의 창립멤버이다. 손 시인은 25세 때 김해우체국에 발령을 받으면서 김해와 인연을 맺었다. 15년 간 김해에서 살았는데, 김용웅 현 김해문협 회장 등과 의기투합하며 동인활동을 먼저 시작, 시 작업을 계속했다. 문인협회 결성을 위해서는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문인이 2인 이상 있어야 한다는 당시 규정을 따라, 손 시인과 김 회장은 김해에서 활동 중이던 소설가 고 김성홍(김동리 선생의 조카)씨와 고 전기수 시인 등 문인들을 모시고 김해문인협회를 결성했다.
 
손 시인의 등단작도 바다에 대한 시다. 1986년 '야간 출항'이라는 시조로 '시조문학'을 통해 문단에 정식 데뷔했다. 손 시인이 그동안 펴낸 7권의 시집에도 바다는 항상 주 무대로 등장했다.
 
어린 시절 수산업을 하는 아버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바다 사람들이었다. 어떤 어로장은 어린아이 만한 방어를 가지고 찾아왔다. 어머니는 어린 딸을 우물가에 세워두고 방어가 큰지, 딸이 큰지, 키를 쟀다. 어머니는 추석 전이면 참소라 한 가마니를 장만했다. 대구는 두어 뭇(한 뭇은 열 마리 묶음)씩 장만해 처마 밑에서 말렸다. 등쪽을 갈라 빨리 말리는 '열장', 배쪽을 갈라 천천히 말리는 '고대' 대구들이 서로 부딪쳐 덜거럭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아버지는 저녁이면 그 말린 대구를 한 마리 거두어 칼로 삐져 술안주로 삼았다. 손 시인은 대구 살 한 점을 받아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불 안 어둠 속에서 대구 살은 푸른 인을 발하며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단다. 그 모든 체험은 시인의 몸 속에 차곡차곡 쌓여졌다가 시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해양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중 '일등항해사의 노래'는 거친 바다 위에서 사는 어부를 그리고 있다. '뱃길은 언제나 황무지로 열려 있어, 어부 생활 20여 년에 익힌 거라곤 파도 앞에 머리 조아리는 고깃배의 순종뿐이네. 목숨 걸고 바다의 자궁 속으로 내려가서 온몸으로 더듬어 보지만 바다보다 먼저 사라진 고기떼, 해체된 바다를 끌어안고 허탈을 깨무네.' 시의 첫부분만 읽어도 어부 앞의 검푸른 바다가 느껴진다.
 
또 다른 시 '장승포 아낙'은 어촌 아낙들의 마음을 담아냈다. '아직도 깊고 어두운 수묵의 바닷가,/반쪽짜리 드럼통 달구는 모닥불에/부끄러움 들킨 얼굴들을 한 아낙들/엔진소리만 들어도 누구 배인지 안다.' 시의 중간부분만 떼어 읽어도 만선을 기다리는 포구의 아낙들 심정이 느껴진다.
 
손 시인은 지난 2009년 해양문학상에 응모했다가 좌절했으나, 몇 년 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시를 쓰고 응모하여 올해에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손 시인은 지역에서 시를 꿈꾸는 문학청년들에게 "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읽어야 한다. 느끼지 못하지만 시가 몸 속으로 조금씩 스며든다"는 말을 전해준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처음 문학 활동을 시작했던 김해는 손 시인에게 문학의 원고향이다. 손영자 시인의 시는 경전철 부원역 옆 버스 정류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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