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모임 '디딤' 회원들이 토론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유도서관 개관 때 모임 창설
매달 한 번 모여 책 읽고 토론
올해는 도서 연계 영화 관람도


화창한 봄날 아침부터 장유도서관 3층 '동화사랑방' 분위기는 떠들썩했다. 성인독서모임 '디딤'의 회원들이 독일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 <여름을 삼킨 소녀>를 놓고 벌이는 열띤 토론 때문이었다.
 
한 회원이 준비해 온 작가 소개가 토론의 시작을 알렸다.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여름을 삼킨 소녀>는 주로 추리소설을 써 온 그가 15세 소녀의 격렬한 사춘기를 다룬 성장소설입니다. 작가는 스무 살 무렵 친구와 떠났던 미국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디딤'은 2001년 장유도서관이 개관했을 때 만들어진 모임이다. 회원 10여 명은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 장유도서관에 모인다. 1년치 토론 도서는 회원들이 추천해 미리 선정한다. 이달에는 '사랑'을 다룬 책을 읽고 싶다는 제안에 따라 조명진(40) 회원이 <여름을 삼킨 소녀>를 추천했다. 그는 "대개 회원들이 읽었던 도서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노이하우스의 다른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책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94년이다. 주인공 셰리든은 작은 마을의 부잣집에 입양된 소녀다. 그녀는 새엄마로부터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 얼른 독립할 나이가 돼 도시로 떠나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녀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아름다운 외모를 겸비해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성(性)에 대한 호기심으로 육체적인 독립은 일찌감치 치르게 됐고, 몰랐던 친엄마의 단서를 찾게 되면서 출생의 비밀을 알아간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성적 호기심과 일탈 부분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의견이 나뉘기 시작했다. 이정이(49) 회원은 "또래 여자아이의 보편적인 정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만약 당신에게 딸이 있다면 이 책을 보여줄 수 있겠나"라며 회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안동숙(48) 회원은 "딸이 17세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다. 이 책이 다른 책보다 특별히 더 선정적인 것은 아니다. 독서를 한 뒤 모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괜찮다고 본다"며 의견을 밝혔다. 
 
어떤 의견은 전체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소녀가 완벽하게 생각했던 남자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부분에서 주인공의 성장을 느꼈다며 모두 입을 모았다.
 
'디딤' 회원들은 문학, 인문학, 과학, 자기계발서, 정치,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룬다. 최근에는 인문학을 많이 읽는다. 차정란(42) 회원은 "인문학은 연대가 된다.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봉사로 이어진다. 실제로 봉사활동에 참여했거나, 하고 있는 회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도서와 연계해 영화도 함께 볼 계획이다.
 
독서회가 갖는 다른 장점도 있다. 모임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이정이 회원은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이 책을 통해 내면화되는 것을 느낀다. 결국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 독서는 마음을 정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을 훨씬 수월하게 넘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내 사고에 갇히지 않아서 좋다', '넓은 범위의 책을 읽게 된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디딤'은 연중 수시로 회원을 모집한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장유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055-330-7479.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