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관 시인 가운데 모자 쓴 이)과 문예교실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시를 사랑하는 열정을 나누고 있다.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찾는 기분입니다."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사회교육프로그램 중 문예교실에 참가하는 이용옥(75·내외동) 할아버지는 시를 공부하는 기분을 이렇게 표현한다.
 
시를 배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는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문예교실을 찾아갔다. 김해문인협회 회장·칠암도서관 관장·장유도서관 관장을 역임했던 이병관 시인이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순우리말의 본 뜻을 다시 알아보는 내용의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솔찜은 솔잎으로 찜질을 하는 것, 쇠똥찜은 소똥을 구워서 부스럼자리를 찜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문예교실 회원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이어진다. "옛날에는 약이 없었지", "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다", "나도 예전에 쇠똥찜 해봤다" 등 다양한 경험이 수업을 더 풍부하게 한다.
 
강사로 나선 이 시인이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국화반자, 더그매, 도리, 막새 등 전통가옥 용어 설명으로 넘어 갔다. '더그매'를 지붕과 천장 사이의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더그매에 사는 쥐'라는 예문을 들었다. 이번에는 밤만 되면 천장 위에서 투다닥 뛰어다니던 쥐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어렵게 배우면 순우리말 학습 시간이 되겠지만, 이병관 시인의 문예교실은 말이 삶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다. 고 최하림 시인은 때묻고 훼손당한 단어를 깨끗하게 씻어 원래의 제 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이 시를 쓰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노인종합복지관의 시 수업에서는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원래의 빛이 나도록 씻고 있었다. 그 말들을 가슴에 담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언젠가 그 말을 제자리에 올려다 놓는 시를 쓸 것이다.
 
이 시인이 "시는 즐기는 것"이라며 또 다른 내용의 강의를 시작했다. 시를 써서 이름을 날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좋아서 모였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우연히 책 갈피 속에서 젊은 주부 적에 아이들에게 써 준 편지를 발견하여 다시 펼쳐본 윤혜숙(78·내동)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정말, 이 편지를 내가 썼던 말인가'하고 말이다. 성당에서는 신부님한테 글을 계속 써 보라는 격려도 받았다. "그래서 시에 관심을 가지고 문예교실을 다니고 있다"는 윤 할머니는 노트에 이 시인의 강의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두 시간 강의이니 중반 즈음에는 '티타임'도 가진다. 감자, 바나나, 떡. 회원들이 가방에서 간식거리를 내놓고 커피를 끓인다. 회원들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차도 한 잔 하고 시 이야기도 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티타임이 끝나고 다시 이어질 수업은 시를 함께 읽어 보고 돌아가면서 낭독도 하는 시간이다. 이병관 시인은 이근배 시인의 '그해 그날',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 등 20여 편의 시를 준비해 왔다. 평소에 늘 책상에 두고 사용하는 교재는 '올해의 좋은 시'라는 앤솔러지 시집이다.
 
올해 초에는 '햇님과 달님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회원작품집도 발간했다. 이병관 시인의 작품을 비롯해 김반기, 김정희, 문강자, 석연자, 신영숙, 심학남, 오명자, 이봉희, 이순남, 이용옥, 이은정, 조순이 회원들의 작품이 모두 수록되었다. 박수남, 윤주국 신입회원이 들어온 노인복지관 문예교실은 문학청년 못지않은 시 사랑이 넘친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