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인문학 독서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나'보다 더 큰 '국가'라는 운영 체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가 전반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행정학에 관심을 느끼게 됐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시재생 기획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행정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습니다." 중학생 때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한 뒤 김해여고에 진학했던 박서영(19) 씨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공부 노하우를 늦게 터득한 편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잡은 공부습관과 자신의 경험, 활동을 적절히 살려 목표였던 연세대 행정학과에 무난히 합격했다.
 


 

주말 대신 주중 자투리 시간 집중 활용
3학년 땐 수능 일정표대로 규칙적 일과

국어, EBS교재 활용해 문법·화법 숙지
수학, 매일 1시간씩 문제 풀며 개념 익혀

교내대회·동아리 활동, 대학 진학 밑거름
행정가 목표로 지역축제 기획 도맡아



 

▲ 박서영 씨가 연세대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장깨기와 수능형 공부법
박 씨는 중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집에서 공부했다. 이 때문에 학교 생활이나 시험 경쟁 등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박 씨는 고1 때까지만 해도 시험기간이 아니면 거의 공부를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행정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고교 2학년 때부터 공부습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내내 주말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어요. 대신 주중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박 씨는 365일 내내 공부와 씨름하는 대부분의 성적 상위권 학생들과 달리 과감하게 주말에는 책에서 손을 떼고 주중에만 공부에 집중했다. 대신 주중에는 자투리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아침자습, 점심처럼 길지 않지만 집중력이 올라가는 시간에는 수학 문제를 주로 풀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연속적인 흐름이 있는 국어, 사회 등에 몰두했다.
 
학년에 따라서도 공부를 하는 방식이 달랐다. 2학년 때까지는 '도장 깨기' 방법을 활용했다. 한 과목을 완전히 끝낸 후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박 씨는 "하루에 여러 과목을 공부하면 흐름이 끊기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에 두 과목, 때로는 한 과목을 '마스터'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3학년 때는 '수능형 공부'를 시작했다. 수능시험 때처럼 아침에는 국어와 수학, 점심시간 이후에는 영어, 사회문화를 공부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과목을 공부하면서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공부를 하다가 낮잠을 자는 습관도 사라졌다.
  

■과목별 공부량 설정
박 씨는 고교 2학년이 돼서야 공부습관을 잡았지만, 공부 방법이나 공부 분량은 분명했다.
 
국어의 경우 시험 출제 확률이 높은 EBS 교재를 활용해 문법과 화법을 잡았다. 비문학은 다양한 지문이 등장하는 만큼 매일 3개의 지문을 읽고 열 문제를 풀며 감각을 익혔다.
 
수학은 매일 1시간 이상 문제를 풀며 개념과 속도를 익혀 나갔다. 틀린 문제는 절대 해답지를 보지 않고 풀릴 때까지 씨름을 했다. 마침내 정답을 맞췄을 때는 자신의 풀이방법과 답지를 비교해 더 효율적인 풀이 방식을 익히도록 했다. 박 씨는 "수학 문제를 무조건 많이 푼다고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문제를 풀고, 푼 문제가 온전히 내 것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답지의 도움을 받지 말고 어려워도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면, 그 풀이가 틀리더라도 올바른 풀이법을 머리에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는 그에게 충격을 안겨준 과목이자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었다. 어린 시절에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박 씨는 소통을 위해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공부가 아니라 경험으로 배웠다. 그는 고교 1학년 1학기 수업시간에 영어로 꿈을 소개해 보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그는 여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영어신문 동아리에 가입해 영어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매주 2시간 영국 BBC방송의 국제 뉴스를 번역하고 고전 원서를 읽어가며 실력을 키웠다. 2학년 때부터는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돼 동아리의 국내부 편집장을 맡았다. 이후 모의고사에서 최고점수를 한 번도 놓치지 않게 됐다.
  
박 씨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법과 정치'와 '사회문화'였다. 그가 늘 머리에 담고 다녔던 '내가 사는 사회'를 향한 궁금증이 교과 과목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 교재 2권으로 사회 과목을 완전 정복했다. 교재를 각각 3번씩 푼 뒤 개념공책을 정리했다. 틀린 문제는 공책에 붙여놓고 취약한 문제 유형을 복습했다. 수능 당일 시간에 쫓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회 탐구 과목을 제한시간 30분보다 짧은 17분까지 다 푸는 것을 목표로 매일 2세트씩 문제를 풀었다. 수능 1~2주 전에는 오답들만 15개씩 모아 25분의 제한 시간을 두고 문제를 푸는 '오답 모의고사'를 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완전히 익혔다.
  
 

▲ 박서영 씨가 연세대 정문에 있는 교훈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점 살린 맞춤형 '스펙'
박 씨는 일찌감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 밑바탕에는 다양한 사회 경험이 녹아 있었다. 고교 1학년 때에는 교내대회,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당시 공부에는 소홀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활동들은 그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해 주었다.
 
박 씨에게 가장 큰 영향과 도움을 준 경험은 동상동 도시재생협력단 활동이었다. 그는 '아마추어 정책가'가 돼 '종로난장'을 기획했다. 축제의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상인, 외국인, 관광객 등 여러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그는 이 활동을 하면서 '행정가'가 되고 싶다는 꿈에 확신을 갖게 됐다.
 
박 씨는 단발적인 활동들을 여러 가지 하는 것보다는 관심 분야에 맞게 통일성 있게 활동을 이어갔다. 종로난장 참여 이후 '지역축제가 동상동의 선주민, 이주민 간의 화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소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학교 축제준비위원회의 팀장을 맡아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다.
 
박 씨는 행정학과 입학 목표에 맞춰 <공공철학이란 무엇인가>, <좋은 정부 나쁜 정부>, <목민심서> 등의 책을 읽으며 국가 가치관을 알아갔다. 4년 동안 참여한 지역아동센터 멘토링 봉사활동도 맞춤형 복지 행정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는 이러한 '행정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박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사와 관련된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험은 학교에서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동아리 활동만 잘 활용해도 훨씬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자기소개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스로 믿지 못하는 소감은 입학사정관들도 믿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활동에 참여하고, 그 소감을 당당하게 희망 학과와 연관지어 설명을 한다면 좋은 결과를 꼭 얻을 수 있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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