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뛰어넘어 공감하는 스토리
‘차별·권위적 교육’ 우리 일인 듯


'안녕, 한스. 그가 인사를 건넸고 별안간에 나는 밀려오는 기쁨, 안도감, 놀라움과 함께 그 역시 나처럼 수줍음 많고 친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52쪽)'

'안녕'이라는 말은 짧지만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장면을 통해 콘라딘과 한스는 친구가 된다. 그들은 언덕을 함께 걸으며 시를 낭송한다. 여행을 가고, 자신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눈다.
화가이자 작가인 저자 프레드 울만이 묘사하는 배경은 아름다운 풍경화다. 독자는 그림 같은 낭만의 시절을 그들과 함께 걷게 된다. 그들처럼 설레고, 긴장하고, 기쁨을 느낀다. 우정은 너무 충만해 때로는 연애 감정같다. 서로를 더 알아가면서 우리도 그들을 더 알게 된다. 그들 사이의 신분과 인종의 차이까지. 독일인 콘라딘과 유대인 한스다.

독일인 소년과 유대인 소년의 우정은 그 역사를 깊이 알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가지 않는 듯이 전개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기 전까지는…. 반전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결말은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지막 부분은 더욱 가슴에 남는다.

이 책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는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외로움, 관계 맺기의 어려움, 부모에 대한 기대와 실망, 고결한 가치의 갈증, 신분과 부에 따른 차별, 권위적이거나 편파적인 교육 환경의 묘사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인 듯이 생생하다.

시시각각 개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어두운 시대의 변화는 그들만의 시간이 곧 끝나고 말 것임을 느끼게 한다.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다양한 군상을 표현한 이야기는 흑백으로 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1989년 제리 샤츠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아름답고 슬퍼서 낭만적인 이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한스와 콘라딘의 우정은 가장 순수했던 시간 속의 친구들, 그들만으로도 충만했던 삶의 순간들을 떠오르게 한다. 한스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했던 경험들은 국가의 주권을 빼앗긴 채 살아나가야 했을 우리 소년소녀들을 떠오르게 해 아프다.

이야기는 한스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부분까지 읽고 나서야 콘라딘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 아름다웠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가만히 불러 본다.

'안녕, 콘라딘.'  김해뉴스

배은정 김해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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