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시로 오르는 국민시인 고은의 시집 <순간의 꽃>에 실린 시의 한 구절입니다. 열다섯 자밖에 안 되는 짧은 글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시는 올 초 개봉한 영화 '싱글라이더' 도입부에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고은의 시가 인용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어딘가를 오르는 데만 몰두하느라 보지 못했던 꽃, 바로 '사람꽃'에 눈길을 주고 좀 더 관심을 가지자는 게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지형의 변화는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2015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솔로 이코노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까지 했습니다. 경제잡지 '포천'은 1인 가구를 보는 인식이 '틈새 집단'에서 '새로운 소비동력'으로 바뀌면서 기업 광고에 솔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횟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새로운 '돈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인 가구 전체가 소비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종 통계 수치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1인 가구 특징은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중년남성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0년 동안 인구주택총조사의 연령대별 가구 구성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1인 가구의 빠른 증가를 이끄는 연령대는 노년층이나 청년층이 아니라 40~5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 사이에 소득 격차가 심합니다.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30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전체의 40%가 넘습니다.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연간 소득이 1000만 원이 못 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것은 1인 가구 집단 안에서도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1인 가구는 2인 가구보다 소비 지출이 큽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인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1인 가구가 95만 원, 2인 이상 가구가 73만 원 수준입니다. 산업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5.3%에서 2014년 10.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2020년에는 15.9%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1인 가구의 지출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주거비 등 필수 소비지출 비중이 높다 보니 삶이 질 측면에서 생활 수준은 더 열악하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1인 가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소비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저출산, 고용 불안, 결혼 기피, 이혼 등 갖가지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게다가 1인 가구는 건강상태도 좋지 못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만성질환율, 외래진료 경험률, 입원율, 우울의심률, 자살 생각이 다인가구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는 '돈줄'이기 이전에 우리가 보살펴야 할, '그동안 보지 못한 꽃'입니다.

인구 구조나 가구 형태의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오랫동안 작용한 결과입니다. 원인을 알아도 단기간에 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성·연령·지역·소득별로 세분화해 1인 가구를 보살필 제도와 정책을 각 집단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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