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썬플라워 회원들이 연습장에서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창립 매주 금요일 연습
개인 버스킹 외에 정기 공연도
적당한 긴장 즐기며 자신감 얻어

지난 21일 어둠이 짙게 깔린 고요한 밤. 주촌면의 한 대형매장에서 잔잔한 통기타 선율이 흘러나온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계단을 올라가 보니 중년 여성과 남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보를 보고 있다. 이들은 볼펜으로 악보를 수정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한쪽 다리를 꼬고 통기타를 품에 안았다. 통기타 동아리 '썬플라워(회장 강영선·56·여)'의 연습실 풍경이다.
 
'썬플라워'는 2016년 7월에 만들어진 신생 동아리다. 총 회원은 52명. 대부분 40~50대 직장인들이다. 실력에 따라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눠 통기타를 연습한다. 강 회장은 "회원들은 이름 댓긴 닉네임(별명)을 부른다. 동아리 이름인 썬플라워는 저의 닉네임"이라며 방긋 웃었다.
 
썬플라워의 표어는 '라이브 가수가 되는 그날까지'다. 회원들 모두 동호회 수준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프로'라는 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큰맘 먹고 시작한 음악이다. 혼자 즐기는 것보다는 남들 앞에서 연주라도 한 번 해 봐야 한다"며 회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매주 금요일에 모이는 중급반은 30년 연주경력을 자랑하는 오창세(59) 씨가 지도한다. 그는 연습실 자투리 공간에 공방을 만들어 직접 수제 통기타까지 제작하고 있다. 오 씨는 "기타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가르치는 보람까지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타를 배운 지 2년 됐다는 차경미(49·여) 씨는 지역행사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이 씨는 "다른 악기들은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힘들다. 통기타는 반주가 되는 게 매력적이다. 무대에 나가서 사람들 앞에 섰을 때가 가장 기쁘다. 실수하지 않고 잘 해내면 뿌듯함 덕분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말했다.
 
회원 이한옥(46) 씨는 "기타는 사람의 가슴과 가까운 악기여서 울림이 잘 전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타를 치면 마음이 '힐링'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실력을 떠나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대화가 잘 통하고 실력도 한층 높아지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설렘을 느낄 일이 없지만 무대를 준비하며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니 좋다. 살아가는 데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썬플라워의 활동은 통기타 연습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욕심과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강 회장의 추진력 덕분에 크고 작은 공연도 자주 가진다. 강 회장은 "다들 지역 축제에서 썬플라워의 통기타 공연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리공원과 거북공원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썬플라워 정기공연도 연다. 유명 통기타 가수를 초청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연도 즐긴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봉사를 하며 생활문화를 알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연주만 하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자주 열어 일상 속에서 생활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생활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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