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립 매주 금요일 연습
개인 버스킹 외에 정기 공연도
적당한 긴장 즐기며 자신감 얻어
지난 21일 어둠이 짙게 깔린 고요한 밤. 주촌면의 한 대형매장에서 잔잔한 통기타 선율이 흘러나온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계단을 올라가 보니 중년 여성과 남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보를 보고 있다. 이들은 볼펜으로 악보를 수정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한쪽 다리를 꼬고 통기타를 품에 안았다. 통기타 동아리 '썬플라워(회장 강영선·56·여)'의 연습실 풍경이다.
'썬플라워'는 2016년 7월에 만들어진 신생 동아리다. 총 회원은 52명. 대부분 40~50대 직장인들이다. 실력에 따라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눠 통기타를 연습한다. 강 회장은 "회원들은 이름 댓긴 닉네임(별명)을 부른다. 동아리 이름인 썬플라워는 저의 닉네임"이라며 방긋 웃었다.
썬플라워의 표어는 '라이브 가수가 되는 그날까지'다. 회원들 모두 동호회 수준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프로'라는 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큰맘 먹고 시작한 음악이다. 혼자 즐기는 것보다는 남들 앞에서 연주라도 한 번 해 봐야 한다"며 회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매주 금요일에 모이는 중급반은 30년 연주경력을 자랑하는 오창세(59) 씨가 지도한다. 그는 연습실 자투리 공간에 공방을 만들어 직접 수제 통기타까지 제작하고 있다. 오 씨는 "기타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가르치는 보람까지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타를 배운 지 2년 됐다는 차경미(49·여) 씨는 지역행사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이 씨는 "다른 악기들은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힘들다. 통기타는 반주가 되는 게 매력적이다. 무대에 나가서 사람들 앞에 섰을 때가 가장 기쁘다. 실수하지 않고 잘 해내면 뿌듯함 덕분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말했다.
회원 이한옥(46) 씨는 "기타는 사람의 가슴과 가까운 악기여서 울림이 잘 전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타를 치면 마음이 '힐링'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실력을 떠나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대화가 잘 통하고 실력도 한층 높아지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설렘을 느낄 일이 없지만 무대를 준비하며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니 좋다. 살아가는 데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썬플라워의 활동은 통기타 연습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욕심과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강 회장의 추진력 덕분에 크고 작은 공연도 자주 가진다. 강 회장은 "다들 지역 축제에서 썬플라워의 통기타 공연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리공원과 거북공원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썬플라워 정기공연도 연다. 유명 통기타 가수를 초청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연도 즐긴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봉사를 하며 생활문화를 알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연주만 하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자주 열어 일상 속에서 생활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생활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