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영 봉하마을에서 특강 지행
광주, 대구 등에서 청중 4000여 명
저출산, 청년,  4대강 등 예리 지적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국민들의 열망, 노력이 모여 정치 권력을 바꾸었다. 정치 교체를 이뤄낸 국민 모두 박수 받아 마땅하다."
 
노무현재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12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밭에서 '시민, 세상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방송인 김제동씨의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해는 물론 광주, 대구 등 전국에서 4000여 명이 몰렸다.

▲ 김제동 씨가 12일 김해 진영 봉하마을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7시 10분께 김제동 씨가 무대에 오르자 사람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그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저출산, 청년문제, 지역감정 등 현안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씨는 "국민이 주인 된 나라에 사는 게 행복한 삶이다. 오늘의 결과는 추운 겨울 내내 광장을 지키며 촛불을 든 여러분이 해낸 일이다. 오늘 서로에게 축하해 주자"며 인사를 건넸다.

 김 씨는 "다들 애 많이 쓰셨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언론에서 문재인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진짜 국민 여러분의 시대다. 선거를 1년 앞당겼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국민들이 부통령처럼 문재인을 당선시켰다. 국민이 상왕이다. 오늘날의 결과는 추운 겨울 내내 광장을 지키며 촛불을 든 여러분이 해낸 일이다. 오늘 서로에게 축하해 주자"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사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누구를 지지하지 못했고 마음 놓고 기뻐하지도 못했다"면서 "그러나 전국 촛불 집회를 다니면서 '이 사람들 진짜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선 축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여러분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9년은 국민들에게 불행이었다. 그러나 코미디 같은 정치를 보면서 웃었다. 이제 풍자 대상이 남아 있을지 불안하다"고 농담하면서 "민정 수석을 임명하면 비판을 해야하지만 '조국'을 비판할 수 없지 않느냐. 권력을 잡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국민이라면 애정 어린 비판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민정수석 이름이 조국이니 '조국 싫어'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 내 조국이 싫다고 말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9년 동안 코미디 소재가 넘쳐났다. 총개머리판을 눈에 대거나, 보온병을 보고 폭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순실이 특검에 불려가면서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말끝을 얼버무리더라. 그러나 당당한 사람은 '염병하네'라고 말했다. 어떤 연설보다 최고의 연설이었다. 그런 것이 시민의 힘"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제게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난 경북이다'라고 대답한다. 종북 프레임은 없어져야 한다. 이제 북한 김정은이 제일 무서워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러분이다.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도 끌어내리는데 김정은을 가만히 두겠는가. 종북이라는 말은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선거 때 북한 이야기 아니면 할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종북이다. 국방비 빼돌리고, 물새는 전투화 공급하는 사람들이 진짜 종북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씨는 "우리 군인들의 군화가 물에 새지 않고, 총과 방탄복이 북한군에 뚫리지 않게 하는 것이 진짜 국방이다. 성주 주민 4만 명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어주고, 국민 개개인이 '우리나라 진짜 멋진 나라다. 조국은 내가 힘들 때 나를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짜 국방"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텔레비전 토론을 보니 봉숭아학당 같았다. 봉숭아학당에 '맹구'가 있다. 대선 후보 토론에 맹구 같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말을 안 시켰다. 이번에 미국으로 갔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것은 조롱하는 게 아니다.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비판받고 풍자의 대상이 돼야 한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대한독립'을 쓰면 웃길 일이다. 자기 살아온 궤적과 하는 행동이 다르면 이것을 코미디라고 한다"고 풍자했다.

김 씨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으며 "제가 벗겠습니다"고 했다. 청중은 "문재인 대통령 따라하지 말라"고 외쳤다. 그는 "44년간 제 옷은 제가 벗었다. 따라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의 사회를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도 공무원이다. 우리 같은 사람이다. 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만난 일본인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한 일본인을 만났다. 저보고 '너네 나라 어떻게 하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너희들은 어쩔거냐'고 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민이 끌어내리는데, 너희 나라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4대강 사업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씨가 4대강에서 자전거를 타 보니 좋다고 했다. 그것을 보면서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길거리를 가다가 2만 2000원을 소매치기 당해도 가슴 아픈데, 국민들은 22조 원을 퍽치기당한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한테 물어봐야 한다. 22조 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로봇물고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다 물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쓰인 예산이 22조 원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에 쓰이는 예산은 20조 원이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물어보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언론은 통합과 적폐청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간단하다. 적폐를 통합해 청산하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의 시스템을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학교 2학년부터 교육감 선거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사는 공동체를 결정해 보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일반 참정권을 줘야 한다. 청소년 모의투표 결과 1위는 어른들과 같은데 2위는 심상정 후보였다. 아이들도 믿어주고 투표에 책임을 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국회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저시급이 높아져야 경제가 살아난다. 최저시급 1만 원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부담이 된다면, 현 최저시급 6470원을 제외한 나머지 3630원은 정부에서 고용기금으로 주면 된다. 일하는 청년 등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경제가 더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유값이 비싸 저렴한 분유를 아이에게 먹이고 마음 아파하는 부모가 없어져야 한다. 분유값을 공시제로 하는 등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에서 왔다는 천종현 씨는 "'과거 김제동 씨가 '청년들은 당면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현실정치에 진입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어떤 의미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씨는 "40대 이상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남아있는 기득권의 낡은 시스템과 장애물을 걷어줄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를 잡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대답했다.

행사에 참여한 배은영(36·여·진영읍 진영리) 씨는 "매년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참여한다. 날카로운 현안 비판,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함께 고민하고 웃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5월 한 달간 서울과 김해 봉하마을, 부산 송상현광장 등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봉하마을에서는 오는 28일까지 매주 주말 하루 10차례 '대통령의집' 특별관람을 진행한다. 봉하마을 전체 안내해설과 시민 공동참배도 운영한다. 평일과 주말에 '봉하야 놀자'라는 주제로 장군차 따기, 미꾸라지 잡기 등 각종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추모의집에서는 '약속을 지킨 대통령'을 주제로 특별전시가 열린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대통령묘역과 생태문화공원 잔디밭 공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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