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의 강의 중에 '매스컴 특강'이 있다. 김창남 교수가 매년 10명의 외부강사를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의 수업이다. 이 수업이 그들의 강의실을 떠나 책으로 엮어져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혀진 지도 수 년째이다. 올해에는 '인사이더를 이기는 아웃사이더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루어졌고, 책으로 발간되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빨리 알고 싶다면 책날개의 선전문구만 봐도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빽도 후광도 없이 진짜 삶을 사는 아웃사이더 이야기!'라는 부제부터가 솔깃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빽도 후광도 없다. '재미없는 인사이더로 살지 말고 아웃사이더로 진짜 지속가능한 삶을 살라'는 말은,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이 책은 자신의 룰대로 '뽀대나게' 사는 우리 시대 유쾌한 아웃사이더 10명을 소개한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대박을 냈지만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한 '붕가붕가레코드'의 대표 고건혁, 서울대와 행정고시 합격이라는 '스펙'을 내던지고 개그맨이 된 노정렬, 사회적 의사 표현을 통해 진정성을 좇는 배우 문소리, 만화학원비 몇 푼 달랑 들고 노숙생활을 하며 미친 듯이 만화를 그려낸 만화가 윤태호, 1인 출판인 윤양미 등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고건혁 씨를 비롯한 '붕가붕가레코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보다 더 큰 고민인 사람들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서울대 출신들이 모여 '절대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식으로 사업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끝까지, 오래, 딴따라질을 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을 내기도 했다. 물론 그 책도 대박을 치지는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디음악이 한국에서 그다지 전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어쨌든 끝까지 천천히 걸어갈 작정이다. 심지어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기 위해 '별일 없이 살자'는 신조를 내세우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노래도 했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고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움이다." (노래 '별일 없이 살자' 중에서)
 
국내의 메이저 출판사들은 대체로 엄청난 저작권료를 외국에 지불한 뒤 홍보와 광고성 기사로 언론을 도배한다. 이런 식으로 물량공세를 하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고, 그 비용을 독자가 치르게 하는 출판업계의 현실 속에서 1인 출판을 하는 윤양미 씨도 아웃사이더이다. 출판사 '산처럼'의 대표이자 직원인 윤 씨는 1인 출판을 하는 최고의 장점을 '내가 내고 싶은 책을 낼 수 있다는 점'으로 꼽는다. 직원들과 같이 먹고 살기 위해 팔리는 책을 만드느라 겪어야 할 스트레스가 없다.
 
공중파 방송사의 공채를 시도하지 않고 독립프로덕션 PD를 택한 탁재형 씨는 "고스톱 잘 치는 사람이 꼭 포커판에 갈 필요는 없잖아. 내 판에서 타짜하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 역시 재미없고 안정적인 삶보다 재미있고 불안정한 삶을 택했고, 그 길에서 재미에 대한 열정으로 온갖 난관을 극복해 왔다.
 
이 책 속 10명 대부분이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힘들어도 견딜 수 있고, 견디다 보니 그 분야에서 조금쯤은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스펙에 끌려 남들이 원하는 조건에 자신을 맞추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유쾌하고 통쾌하다는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장래가 보장된 길'을 뻥 차 버리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뻔한 길이 싫었다"고.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들이야 말로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기를 싸매고 머리를 들이미는 곳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했으니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의 성공에 도달하기는 더 쉽지 않을까. 이 책에 소개된 10명 중에 학벌과 토익 점수로 현재의 자리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 모두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성취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김창남 엮음/P당/279p/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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