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곡저수지의 명물인 '출렁다리'.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초록 물감 쏟아부은 울창한 수림 일품
함안 군민들 쉼터이자 힐링하는 공간

둘레 4㎞ 저수지, 사계절 내내 자연 매력
산림욕장엔 나무·야생화 무려 3만 4000본

현수교 ‘출렁다리’ 위에서 본 협곡 장관
연꽃습지원 개구리 낯선 소리 듣고 “풍덩”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실험용 쥐에게 향기로운 나무의 냄새를 맡게 했더니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추측하건대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이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나무숲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초록색 물감을 쏟아 부은 듯 울창한 수림이 일품인 장소가 있다. 김해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경남 함안의 입곡군립·문화공원이다. 함안 군민들의 쉼터이자 힐링 공간인 이곳에는 소소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입곡군립·문화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초록빛 향연이다. 방문객을 환영하는 듯 길게 이어지는 나무터널과 이름 모를 꽃들은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녹색은 눈의 피로감을 풀어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 햇살까지 머금은 자연 풍광은 눈이 부실 정도다.
 

▲ 초록빛으로 물든 연꽃습지원 전경.

입곡저수지에는 잔잔한 은빛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커다란 뱀이 흔적을 남기고 간 듯 꼬불꼬불한 협곡이 장관이다. 1918년 일제강점기 때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협곡을 가로막아 저수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둘레 길이는 4㎞나 된다. 양쪽에는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어우러져 초록빛 바다를 펼쳐 놓는다. 여기에 안개가 낀 날이면 깎아지른 절벽과 거대한 바위들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여름이 되면 저수지 수면은 한해살이 풀인 마름으로 뒤덮인다. 가을에는 단풍잎으로 물든다. 이렇게 입곡저수지는 사계절 내내 무한한 자연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무지개다리를 지나 둘레길의 시작지인 입곡산림욕장에 들어섰다. 입곡군립공원의 일부분인 이곳에는 나무 3800본이 식재돼 있다. 54종에 이르는 야생화 3만 800본도 자라고 있다.
 
산책길인 야생화원은 걷기 편하게 잘 정비돼 휠체어도 마음껏 다닐 수 있다. 굴참나무와 붉나무, 말채나무, 때죽나무 등 눈으로 구분하기 힘든 수종 앞에는 친절한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 함안문인협회 회원들의 시가 전시돼 고즈넉한 운치를 더해준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에 산들거리는 나뭇잎 소리뿐이다. 다른 잡다한 소리는 없다. 저수지를 끼고 도는 둘레길에는 나무데크로 만든 크고 작은 전망대가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청하며 '신선놀음'을 즐긴다. 한 방문객은 나물을 캐려고 잔디밭 주변을 서성인다.
 

▲ 입곡문화공원에 핀 꽃들이 수수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재촉'과 '성급'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버려야 한다. 방문객들의 느릿한 걸음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흙길 끝에 거대한 현수교가 나타난다. 입곡저수지의 명물인 출렁다리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말 그대로 '출렁'인다. 아들과 함께 다리를 걷던 고령의 어머니는 "아유~ 길어서 무섭다"며 한 걸음씩 조심스레 내딛는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놀리려고 총총 뛰며 앞서나간다. 다리 중앙에 서면 협곡의 웅장한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따뜻한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잔잔한 바람을 타고 저공비행하는 하얀 새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출렁다리를 건너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도로가 나타난다. 다시 무지개다리 쪽을 향해 내려가면 약 4㎞ 길이의 둘레길이 끝난다.
 
입곡문화공원은 입곡군립공원 공설운동장 안 골짜기에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야생화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어 마치 식물원 같다. 면적 6만 250㎡의 부지에 연못과 화단, 유리온실이 조성돼 사진촬영지로 안성맞춤이다.
 
공원에 들어서자 카페가 눈에 띈다. 마른 목을 축이려 들어가 보니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메뉴를 고르던 중 계산대 옆에 놓인 혈압측정기가 눈에 띈다. 카페 관계자는 "입곡문화공원은 어르신들이 산책하러 많이 찾는다. 혈압측정기는 어르신들을 위해 가져다 놓았다. 주말에는 가족 나들이객들로 붐빈다"고 설명했다.
 

▲ 한 부부가 입곡산림욕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쌉싸름한 커피를 손에 들고 공원에 들어섰다. 달콤한 향내를 풍기는 꽃밭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키 낮은 나무로 조성한 미로를 지나면 유리온실이 나온다. 이름도 생소한 먼나무, 굴거리나무 등 교목류와 관음죽, 멀꿀, 탐라산수국 등 관목류가 심어져 있다. 다들 화려함보다는 은은함이 특징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화분인형은 선글라스에 밀짚모자를 쓰고 외로이 온실을 지키고 있다.
 
온실에서 다시 나왔다. 훈풍에 몸을 맡기고 여행을 시작한 민들레 홀씨가 옷깃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 잎사귀들은 주책없이 흔들리고 쉴 새 없이 부딪힌다. 발밑에는 꿀벌과 노랑나비가 날개를 팔랑이며 제비꽃 주위를 맴돈다. 돌담에 앉은 잠자리는 잠시 휴식을 즐긴다. 그야말로 곤충들의 지상낙원이다. 너무 큰 걸음으로 내딛다 보면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으니 주위를 잘 살피며 걸어야 한다.
 
연꽃습지원 연못에는 연꽃망울과 개구리밥이 초록융단처럼 깔려 있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걷자 낯선 이의 발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정자에 걸터앉아 한숨 고르니 기분 좋은 나른함이 밀려온다. 무늬화단으로 걸음을 옮기자 수수한 야생화와 알록달록한 꽃들이 반긴다. 산책객과 나들이객이 느릿한 걸음을 거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맑은 공기와 건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입곡군립공원은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김해뉴스 /함안=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함안입곡군립공원 /함안군 산인면 입곡리 1195-1
※가는 방법
①금강병원에서 시내버스 14번 탑승 후 진영읍 중구 정류장에서 하차, 45번 타고 창원 KT동마산지점(맞은편) 하차, 농어촌 버스 114-1번 타고 입곡운동장 정류장에서 내려 198m 이동.
②김해여객터미널에서 함안행 버스를 타고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농어촌 버스 함안-입곡행 타고 양지다복정류장 하차, 252-2번 승차 후 입곡운동장에서 내려 198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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