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적폐 청산'은 시대의 화두가 됐습니다. 인터넷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두 단어를 검색해 보니 온갖 기사가 넘쳐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흐름에 맞춰 '언론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8가지 정책 과제도 내놓았습니다. 언론적폐 청산, 미디어 규제 개혁, 공영방송 자율성 강화, 공적 소유 언론 정상화, 민영방송 공적책임 강화, 미디어 광고시장 공적 영역 확보, 미디어 지역 다양성 확보, 미디어 다양성 보장 위한 공적기금 신설이었습니다.

문득 부산일보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을 앞뒀을 때의 일입니다. 회사에서 저에게 대한체육회에 올림픽 취재를 신청하라고 했습니다. 각종 행사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대한체육회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취재를 신청하면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지역 언론은 올림픽 취재를 하러 갈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올림픽 취재 쿼터는 서울 언론사들이 다 나눠 가졌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서울 지역 일간지와 스포츠신문에 회사당 3~5장을 배분했고, 다른 지역 언론사에는 1장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가 그렇게 정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쿼터 분배권을 한국체육기자연맹에 이관했더니 그렇게 정했다"고 했습니다. 한국체육기자연맹에는 서울 외에 다른 지역 신문사 기자는 가입할 수 없습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저는 한국기자협회보에 '그들만의 올림픽 취재'라는 제목으로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을 비판하는 글을 썼습니다. 이른바 진보언론사 부장이라는 한국체육기자연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도 했습니다. 그는 귀찮아했습니다. '왜 이런 일로 괜히 신경쓰게 하느냐'는 말투였습니다. 올림픽 취재 쿼터를 다 소화할 수 없는 서울 지역 언론사로부터 1장을 받아 주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저는, 내게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당하게 서울 외에 다른 지역 언론사 몫을 배분하라는 말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쿼터를 배분하라, 고 요구했습니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은 이사회를 다시 열어 절차를 거쳐 저와 대구 매일신문사 기자에게 쿼터를 배분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대한야구협회가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만든다면서 전국의 고교야구대회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대회를 여는 해당 언론사에서는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저는 연거푸 기사를 쓰고, 한국기자협회 등에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은 언론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62년 역사를 가진 부산일보의 화랑대기는 물론 매일신문의 대붕기, 광주일보의 무등기, 인천일보의 미추홀기 등 지역신문 주최 전국대회 4개와 한국일보의 봉황대기는 결국 없어졌습니다. 반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는 살아 남았습니다. 대한야구협회는 이렇게 ‘생사’를 구분한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습니다. 강승규 회장이 말한 ‘언론사‘는 결론적으로 조중동뿐이었던 셈입니다. 지역 언론사들은 다시 항의했지만, 서울 지역 언론사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들은 체육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내놓은 8가지 과제만 실천하면 우리나라 언론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요? 저의 생각은 "글쎄요"입니다. 언론이 외부의 힘을 빌기 전에 내 안의 적폐부터 청산하는 게 바른 순서 아닌가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진정 청산해야 할 언론적폐는 과연 무엇일까요?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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