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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들어서면 마을 발전한다고 좋아했던 우리가 미쳤지"한림면 열병합발전소 반대 망천마을 할머니의 한탄
  • 수정 2017.09.12 15:33
  • 게재 2017.06.07 11:07
  • 호수 326
  • 1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 신천리 망천 1구 마을의 한 어르신이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열병합발전소 반대 현수막을 가리키고 있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부모 때부터 살아온 가족의 터전
300년 은행나무 뿌리에서 넘친 샘물 덕 ‘바래내’ 별명

공장 하나둘 들어서자 주민 모두 ‘이제 발전’ 착각
10년 사이 30개 넘어서면서 악취에 정신 번쩍 들어

산단 만든다며 상두산·당산나무 모두 망쳐놨는데
‘폐기물 소각장’ 들어선다면 얼마나 더 황폐해질지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어서, 무지해서 잘 몰랐습니다. 뒤늦게 돌아보니 마을이 다 망가졌습니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제발 우리 마을을 지켜주세요.
 
저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한림면 신천리 망천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망천마을은 부모님 때부터 살아오던 가족의 터전이었지요. 가난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산과 논,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그래도 참 살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마을에 있는 상두산은 마을 사람들의 보물창고였습니다. 코끼리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산에서 정기가 내려온다고 했지요. 산에는 약초와 산나물이 많이 나와 할매들, 아낙네들이 많이 산에 올랐지요.
 
그 뿐이 아닙니다. 마을에는 김해의 시목인 은행나무의 '엄마 나무'로 알려진 30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었답니다. 그 나무 뿌리에서 시작해 망천마을까지 샘이 넘쳐 흘렀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하천이 지나고 마을이 하천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우리 마을의 이름이 '바래내'이기도 합니다.
 
그 샘은 365일 마르지 않아 마을 사람들이 빨래도 하고, 씻기도 하고, 식수로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큰 동이를 이고 와 물을 한 가득 퍼도 돌아서면 줄어든 물이 다시 차올라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물이 샘솟았어요.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트럭을 타고 다니며 고무 물통을 팔던 아저씨가 이야기하던군요. "아지매. 진짜 좋은 데에 사시네예. 한림을 다 돌아도 여(이곳) 만한 데가 없습니더." 사실 저는 우리 동네가 좋은지도, 나쁜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맑고 깨끗한 공기와 졸졸졸 흐르는 하천, 아름드리 나무가 너무나 당연한 줄로만 알았지요.
 
마을에 처음 공장이 들어선 것은 1985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느날 섬유회사가 생겼습니다. 회사에서는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때부터 물이 넘쳐나던 샘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뒤 관로공사를 벌여 지하수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마을 주변에 공장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공장이 들어서면 마을이 발전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당시 이장이 좋다고 하기에 좋은 줄로만 알았지요. 다들 이장에게 "마을 발전시킨다고 욕 봅니더"라고 인사했습니다.
 
조금씩 변하던 마을은 10여 전부터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자고 일어나면 공장이 들어서 있고, 다음날 또 들어서 있고 했지요. 지난 10여 년 사이 들어선 공장만 30개가 넘는 것 같습니다. 마을 일에 도통 관심이 없던 저도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공장에 볼일이 있어 갔는데, 독한 냄새 때문에 옷으로 코와 입을 막아야 했습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했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독한 공기를 내뿜는 공장이 우리 마을에 들어서는데 잘한다고 칭찬만 하고 있었구나. 내가 미쳤구나.' 지금 생각해도 눈이 시뻘개질 정도로 속에 천불이 터집니다.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3년 전 산업단지가 들어선 것입니다. 산업단지는 마을의 산인 상두산의 코끼리 머리 부분을 깎아냈습니다. 300년 된 은행나무도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수백 년 넘게 당산제를 지내온 당산제단 근처의 나무 4그루도 잘려 나갔습니다. 저를 포함해 당산제단을 지키려던 60~80대 마을 노인들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수백 년간 마을을 지킨 산과 나무들이 깎여 나가서일까요. 10년 사이 몹쓸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주민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가구 수 100여 개의 작은 마을에서 갑자기 많은 주민들이 죽었지요. 마을을 지키지 못한 주민들에게 산신이 괘씸죄를 물은 것은 아닐까하는 죄책감도 들었습니다. 공장이 들어서고 마을이 오염되면서 물 좋고 공기 좋은 마을에 없던 병이 생겼다는 것에는 마을 주민들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을을 지키려던 찰나, 마을에 '발전소'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2년 전쯤 신천리의 망천 1·2·3구, 신천마을에 '전기발전소'를 설립한다는 현수막도 붙었습니다. 전기발전소라고 해서 마을사람들은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어요. 주민설명회를 앞두고 누군가 '폐기물을 소각해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알려주어 순진한 마을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한림면 이장단 전체가 반대를 해서 발전소 설립이 무산이 됐습니다. 하마터면 공장이 들어서듯 지어졌을 폐기물 소각장을 막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폐기물 소각장, 정확히는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다시 들어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망천1구를 제외한 망천2·3구, 신천마을은 업체 측과 이야기가 잘 되고 있는지 약정서를 썼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3000만 원, 1억 원 등 마을발전기금을 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바뀐 걸까요. 그냥 소각장도 아니고 안 좋은 물질을 다 들고 와서 태우는 소각장을 짓는다는데 찬성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 쪽에서는 망천1구 사람들이 돈을 더 받으려고 그런다고 오해도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수십억 원을 갖다 줘도 열병합발전소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더군다나 김해시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 기업이 관리를 한다니 어떻게 믿고 마을을 내줄 수가 있습니까.
 
최근에는 삼계동의 아파트연합회 사람들, 환경 전문가들을 만나 열병합발전소 설립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고형폐기물연료를 처리하며 나쁜 오염물질이 공기를 통해 김해시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지도로 봤을 때 망천마을은 김해의 중간에 있습니다. 이제 열병합발전소는 망천마을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마을이, 우리 도시가 다음 세대까지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싸워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이 기사는 한림면 신천리 망천1구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67세 마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해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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