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유당 소화효소 부족해 설사
서구인보다 아시아인·흑인 심해
성인, 유제품 섭취 제한하면 조절

드물게 ‘영·유아’에 선천성 증세
지속될 경우 성장 발달에 악영향
저유당 우유 먹이는 게 치료법




어떤 사람은 우유를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우유뿐 아니라 요구르트만 마셔도 배탈이 난다. 그 이유는 뭘까. 해답은 인간의 유전자 진화에 있다.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원래 다른 동물의 젖을 먹지 않았다. 젖을 뗀 인간에게서는 젖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자연스럽게 소실됐다.
 
인간이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다 농경을 처음 도입했을 무렵, 젖을 섭취하는 아기를 제외하고는 유당을 섭취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인간은 BC 6000년께 소를 사육하는 농경을 시작했다. BC 4000년께에는 현재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의 우르에서 우유를 이용한 사실을 보여주는 조각이 발견됐다. 우유는 처음에는 아이들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영아 시절에 우유를 소화하던 효소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우유를 식용으로 활용했을 때 문제가 된 게 바로 유당이다.
 
김해더큰병원 내과 박은희 원장은 "유당은 영·유아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유당은 포유류의 젖과 유제품에 많이 함유돼 있는 당분이다. 갈릭토오즈와 포도당이 결합된 이당류다. 위와 장에서 쉽게 흡수된다. 젖당으로 더 잘 알려진 유당은 이름 그대로 포유류의 젖, 특히 초유에 많이 들어 있다. 모유에 6.7%, 우유에 4.5% 정도 함유돼 있다. 인체에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유당이 소장 등에 들어가면 배에 가스가 차고, 갑작스레 설사를 하게 된다. 이 증상이 유당불내증"이라고 설명했다.
 



유당불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당을 갈릭토즈와 포도당으로 분해해 장내 흡수를 쉽게 하는 락타아제가 부족하다. 락타아제는 소장 벽에 있는 미소융모 부위의 점막세포에서 분비된다. 그러다 영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감소한다.
 
유당불내증은 과거부터 목축이 성행해 유제품을 일찍이 음용한 서구보다는 농경문화가 발달했던 아시아인에게 발병 비율이 높다. 아시아인 중에서는 90%, 흑인 중에서는 75%가 유당불내증 증세를 보이는 반면 서구인 중에서는 25%만 그런 증세를 나타낸다는 보고도 있다.
 
박은희 원장은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유제품을 섭취하면 방귀, 설사, 오심, 복통 등의 증상이 생긴다. 대개 유제품을 먹으면 30분~2시간 안에 발생한다. 영·유아의 경우 희귀하게 선천성 유당불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유당불내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젖조차 먹기 힘든 선천성 유당불내증은 드문 편이다. 소장 점막 조직에 있는 유당분해효소의 농도가 줄어들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을 앓은 어린이의 경우 후유증 때문에 소장 점막 손상을 입어 유당분해효소를 만드는 기능이 떨어져 유당불내증에 시달릴 수 있다.
 
선천성 유당불내증은 일정 양의 유당을 섭취한 후 혈액에 있는 혈당을 측정하는 검사로 확인한다. 혈액에 적은 양의 포도당이 발견된다면 유당불내증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영·유아에게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가 부족하면 소화되지 않은 유당이 소장에서 삼투현상에 의해 수분을 끌어들임으로써 설사를 유발한다. 치료는 일단 유당 함유량이 높은 우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평생 우유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
 
박은희 원장은 "영·유아기에 드물게 나타나는 유당불내증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심한 설사, 구토, 탈수증을 동반하지만, 지속될 경우 성장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아기나 성인기에 나타나는 유당불내증은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면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저유당 우유도 증상이 심하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질적으로 유당분해효소가 적은 성인은 식이조절을 하면 된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 때문에 후천적으로 유당분해 효소 생산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식이조절과 함께 염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박은희 원장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소장 염증 때문에 점막의 유당분해효소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우유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염증이 완화된 다음에 서서히 양을 증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요구르트, 치즈 등의 유가공품은 발효과정에서 유당이 줄어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모든 유가공품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도움말
박은희 김해더큰병원 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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