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건정책 보도자료 배포
소아청소년과 확대 등 무리한 내용
의사들 “지자체 끌고 갈 문제 아냐”



김해시가 신도시 지역의 젊은 부부들을 위한다면서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보건정책을 제시했다. 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수단이나 권한이 없으면서도 의료서비스 확대를 원하는 젊은 주부들을 의식해 '공수표'를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아동이 집중된 장유신도시와 내외동·삼계동 등 시내, 진영읍 등지에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확대 △영유아·아동 전용 보건센터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4세 이하 유년인구가 9만여 명으로 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만큼 아동을 위한 보건정책을 추진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었다.
 
시는 신도시 지역에 맞벌이 부부 등이 많은 만큼 현재 김해중앙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장유에 1곳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빛어린이병원은 경증 어린이 환자들이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평일 오후 11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연장 진료를 하는 병원이다. 
 
현재 장유에서 기존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 가운데 달빛어린이 병원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한 병원이 달빛어린이병원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시의 설명과 달리 실제 지정권자는 보건복지부다. 게다가 달빛어린이병원 신청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사안이다. 시가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에 결정권을 가진 것처럼 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어린이병원 관계자는 "지금도 지역병원들은 의사, 간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런 지원 수단이 없는 시가 달빛어린이병원을 추가 지정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치단체장이 끌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는 또 현재 32곳인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2018년까지 36곳으로 4곳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지역에 개설된 소아청소년 병원으로는 9만 여 아동이 치료를 받기에 부족한 실정이어서 권역별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가능 병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시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진영과 시내 동부권에서 각각 한 곳의 병원이 소아청소년과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소아청소년과 개업의들은 시가 의료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발표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거 소아청소년과에서만 할 수 있었던 영·유아 예방접종을 이제는 대부분 병·의원에서 할 수 있는 등 과거에 비해 소아청소년과의 이점이 많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병원의 진료과목 추가나 개인병원 개설에 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지원 수단도 없는 시가 마치 병원을 확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가을, 겨울에는 환자가 늘지만 요즘 같은 시기 낮 시간엔 한산한 경우가 많다. 시가 개별 병원에 직접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마치 대단한 정책수단이 있는 것처럼 소아청소년과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해시보건소 관계자는 "실제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이나 병원 개원에 시가 개입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지역 의사회나 개별병원과의 접촉을 통해 시의 정책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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