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윤권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단디정책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는 헌법에 지방자치제를 명시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의 운영을 두고 협력하고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말하자면 자치단체장은 자치단체를 대표해 운영과 집행에 대한 권한을 갖고,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조례제정·예산심사·행정사무감사의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의 역사를 보면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직후 시·읍·면장 선거까지 실시해 기초자치단체의 민선단체장 체제를 시작했다. 이후 군사정권과 독재정권을 거치며 우열곡절 끝에 1995년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됨으로써 제대로 된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거제도나 자치권한에 있어 많은 미비점을 가지고 있어 그 한계를 보여줄 때가 많다. 특히, 지방의원의 위상이나 역할에 있어서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존재의 의미를 의심받을 정도로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두고 지방의원들의 자질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의원들이 잘해서 본인들의 위상을 스스로 높여야 하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지방의원 인식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 동안 너무 하는 일 없이 사고만 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일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게만 이야기하기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능력을 발휘하거나 주목받기 힘든 구조적인 장벽이 너무나 높다. 단적인 예를 들면 지방의원들을 보좌하는 의회 전문위원들은 자치단체장의 인사명령을 받는 공무원들이다. 지방의원들이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고 감사해야 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지방의원들을 보좌하는 보좌관들이 집행부의 공무원이라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국회의 경우 국회사무처 인사권은 전적으로 국회의장에게 있다.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원의 기본적인 책무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나 거의 같다. 대상이 중앙정부냐 경남도냐 김해시냐의 차이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치단체장이 괴팍하거나 독선적일 경우 지방의원은 더욱 초라해지기도 한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지방의회를 거수기로 만든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홍준표 전 도지사가 부임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도의회에서 경남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도의원을 향해 "지방의원들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이 없으니 말조심해라. 앞으로 이런 식으로 공격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쩌렁쩌렁 호통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이후 경남도의회는 홍준표 전 도지사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며 지방자치제도를 무색케 했다.

이창희 진주시장의 경우도 만만찮다.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지방의원에게 삿대질과 막말은 물론 법정소송까지도 심심찮게 이야기한다. 지난해 연말에는 이창희 진주시장 막말, 갑질 증언대회가 개최될 정도였다.

시장이 시정을 해 나가는 데 이유없이 방해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의 표현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의회 본회의장에서의 고압적이고 직설적인 태도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치단체장은 기본적으로 의회에 출석을 해서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경우 중도사퇴라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의회출석률 100%라는 성실함을 보였던 전례가 있다.

의회에 출석했다면 의원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고 대화해야 한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불성실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해당 시의원에게 불성실하고 압박을 하는 게 아니라 시민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도 하에서는 자치단체장이 지방의원보다 훨씬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지방의원들 입장에서는 집행부를 무조건 감시하고 견제하기에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열린 마음과 포용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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