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벌어지는 이슈·명암 살펴
2014년 국내 매출 규모만 40조 원



 

돈을 주고 산 상품인데 기능과 성능, 디자인과 색상을 미리 살펴볼 순 없다. 소비자들은 좌석에 앉아 구매한 상품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언뜻 불합리해 보이지만 날로 인기가 치솟는 상품. 바로 스포츠 경기다. 같은 값으로 입장권을 사지만 그날그날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무형·무색·무취의 이 상품은 오늘날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며 산업의 한 영역으로 성장했다. 2014년 기준 국내 스포츠 산업 매출 규모는 40조 원대, 업체는 7만여 곳, 관련 종사자는 26만 5000명에 이른다. 미국의 산업 규모는 이보다 10배 많은 4850억 달러에 달한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박성배 교수는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에서 스포츠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이슈와 명암을 살핀다.

오늘날 스포츠 산업에서는 고전 상품인 경기를 넘어 유·무형의 '파생상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채널은 인기 경기를 재방송해 수익을 올린다. 국내 포털사이트도 경기별로 다양한 영상을 만들어 2차 수입을 벌어들인다. 부러진 야구방망이, 경기에 쓰인 공 같은 스포츠 관련 수집품 거래는 흔하게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뉴욕 양키스는 구장을 재건축하며 경기장 흙을 내다팔기도 했다. 이들 상품의 진위를 가리는 새로운 직종(전문 인증자)이 생겨날 정도다.

골수 팬 입장에선 자신만의 기억과 환상을 물건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지만 이로 인해 잃어버리는 가치도 만만치 않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사인을 받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사인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야구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린 미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미키 맨틀은 야구공 2만 개 사인으로 275만 달러를 벌었다. 18년간 그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특성이 불러온 스포츠 도박은 심각한 문제다. 2015년 기준 전 세계에서 1조 3000억~3조 달러의 자금이 스포츠 도박에 투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 차례 승부조작 불법도박 사건이 불거졌다.

대학스포츠도 산업화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대학은 아마추어 선수란 이유로 재학생 스포츠 스타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한다. 때로는 스포츠로 학교 주가를 높이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박성배 교수는 연봉 양극화 등 한국프로야구 문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횡포 등 스포츠 산업 전반의 문제적인 현상들을 두루 살핀다.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진 않지만, 스포츠가 좋아 경기 때마다 열광하는 팬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물음들을 던진다.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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