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수진 독자·삼방동.

작금의 길거리 시민의식을 잘 나타내는 한자성어로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들고 싶다. 후안무치란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내외동 거리를 걷다 보면 불쾌하고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 일쑤다. 차선을 끼어드는 얌체운전자와 신호 무시 차량을 쉽게 발견한다. 무단횡단하는 사람 너머로 가래침을 뱉는 행인을 요리조리 피하고 나면 흡연하는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나 독한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한 손으로 살짝 코를 막고 잠시 동안 숨을 참고 있자니 이번엔 한술 더 떠 차에 탄 사람이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휙 던진다. 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담배꽁초와 침 자국을 피해 걷는 게 일상이 된 게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질서와 규범을 제대로 지키면 융통성 없는 바보가 되고,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민의식 개선에 앞서 허술한 단속도 문제다. 질서 유지를 위한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

법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내·외국인 관계없이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최대 81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면 최소 25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는 것 또한 벌금 대상이다. 우리가 습관처럼 씹는 껌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관광객이 자국에서 가져온 경우라도 공공장소나 거리에서는 씹을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물을 내리지 않는 것 또한 불법이라고 하니 '벌금도시' 답다.

까다롭고 엄격한 규범이 적용되고 있기에 사회구성원의 준법정신이 지켜지고 나아가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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