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아파트 입주민들이 지난 3월 피해 보상금을 요구하며 인근 아파트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해뉴스DB



A아파트, 돈 문제로 시끄러운 이유
두 차례 공사 시위 벌여 억대 받아
분배 내역 놓고 서로 불신 감정 생겨
현수막 달고 공청회 열고 악화일로




"○○아파트 실세, 최순실은 물러가라."
 
지난 4월 김해의 A아파트에 사연을 알 수 없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국정농단의 중심에 섰다는 의혹을 받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왜 등장한 걸까요?
 
1000가구를 넘는 A아파트는 지은 지 10년이 넘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입주 당시에는 꽤나 인기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워낙 대단지여서 주민들은 서로 얼굴도 잘 모르지만 큰 갈등 없이 지내왔습니다.
 
A아파트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중순부터였습니다. 아파트 바로 옆에 대규모 B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게 발단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는 발파공사가 시작되는 바람에 주민들은 소음, 진동, 분진 피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주민들은 힘을 모았습니다.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부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렸습니다. 집회를 벌이고 B아파트 건설사 관계자도 몇 차례 만났습니다. 이런 노력 덕에 지난해 말 주민들은 억대 보상금을 받게 됐습니다. 비대위는 보상금을 가구별로 나눠 지급했다고 합니다.
 
일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할 즈음, C아파트 공사가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은 다시 힘을 모았습니다. 새 비대위가 구성됐습니다. 새 비대위도 주민들의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 위해 애썼습니다. 주민 70여 명은 집회를 열었고, 공사현장까지 찾아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C아파트 건설사도 지난 4월 주민들에게 억대의 보상금을 줬습니다.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았기에 더 이상 아파트 공사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들 중에서 보상금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피해 보상을 받은 입주민은 6개동 374가구였는데, B아파트에서 받은 보상금 배분액과 C아파트에서 받은 보상금 배분액이 달랐다고 합니다. 두 비대위는 서로에게 불만을 품었습니다.
 
보상을 받은 374가구가 아니라 B, C아파트 공사장과 조금 떨어진 다른 동에서도 불만이 나왔습니다. 거리가 조금 멀지만 공사 피해를 전혀 입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추가 보상을 받기는 힘들었습니다.
 
갈등은 점차 커졌습니다. 첫 비대위가 보상비를 투명하게 나누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돈을 떼먹었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그래서 첫 비대위 위원장을 '최순실'에 비유하는 현수막도 붙었던 것입니다. 주민들은 첫 비대위에 속았다면서 불신했습니다. 첫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주민에게 "보상금을 어떻게 나눴는지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첫 비대위 측은 억울하다고 합니다. 374가구에 모든 내역을 공개하고 통장 사본까지 보여줬다는 겁니다.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아니라 다른 주민들이 보상비 내역을 보여 달라기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보여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합니다. 첫 비대위 위원장은 현수막을 붙인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했지만 현수막 내용이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아 고소를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갈등이 점점 커지자 일부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첫 비대위의 의혹을 밝히겠다며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첫 비대위 측 일부 관계자들은 "이미 투명하게 공개한 내용을 트집잡는 공청회에 갈 필요가 없다"며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부는 참석했다가 말다툼만 벌였고,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공청회에서는 첫 비대위 측 관계자의 실명이 거론됐습니다. 첫 비대위 측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녹취파일을 확보해 이달 초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고소 이후 수 개월 동안 아파트에 붙었던 현수막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아파트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주민들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 자신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경찰 조사는 계속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법정에서 만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다들 아파트를 위해 일을 시작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일이 꼬였는지 알 수 없다며 아쉬워합니다.
 
아직도 A아파트 옆에서는 B, C아파트 공사가 한창입니다. 새 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공사 발파 때마다 일었던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듯 A아파트도 조용해질까요. 오늘도 A아파트 주민들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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