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哺乳類)란 인간을 포함해서 '젖먹이 짐승'을 말한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처음 먹는 음식이 바로 '젖'이다. 어린 포유동물이 자라서 크고 무거워짐에 따라 어미의 젖은 이제 그 자식의 영양상의 필요를 만족시키 는데 불충분하게 된다. 게다가, 포유동물의 어미는 나이가 들어가는 새끼들에게 젖을 그만 먹이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서도록 한다. 또 새로운 임신을 위한 준비를 하며, 새로 태어난 자식을 돌보고 먹여야 한다. 인간이 어머니의 젖을 뗀 후에도 식사와 함께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길들인 포유동물의 젖을 '훔치는' 것 뿐이다. 우리는 대부분 소를 길러서 얻어진 '우유'를 이용한다.

우유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3대 영양소뿐 아니라 칼슘, 인, 비타민B2, 비타민A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B12, 비타민D, 마그네슘, 셀레늄 등 다양한 무기질도 들어 있다. 이러한 영양적인 이유와 국가적 정책으로 말미암아 학교에서 반드시 받아먹어야 했던 우유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완전식품’으로 각인되어 있다.

나와 친구들에게 우유, 요구르트, 버터, 치즈와 같은 유제품 섭취는 우리를 세계인으로 만들어 주는 필수 아이템과 같았다. 우리가 먹어왔던 밥, 국, 찌개, 김치를 비롯한 반찬들과 같은 한국 음식에는 유제품을 이용한 게 없었다. 하늘에선 비행기, 땅에서 자동차와 책상 빼곤 다 먹는다는 중국의 전통요리집에서도 우유제품을 사용한 요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식집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양의 요리처럼 생선이나 고기에 곁들이는 크림소스도 없고, 치즈를 뿌린 음식이나 수플레도 없다. 채소나 국수, 밥, 혹은 푸딩에 버터를 곁들이지도 않았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그 밖의 동아시아 성인들 중 5% 이하만이 우유에 있는 유당을 흡수할 수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유당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그 이유는 이들 민족들이 즐겨왔던 식생활이 유목이 아닌 농경중심의 음식문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제품의 본고장 서양에서조차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유를 직접 마시기보다는 유통기간과 보관이 용이한 치즈로 만들어서 먹는 경우가 흔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목장들로부터 수집한 우유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시장으로 가는 중에 오염되는 경우가 잦았다. 우유 판매상들은 우유의 변색과 맛의 변화를 감추기 위해 석회와 같은 이물질을 넣는 식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일이 허다했다. 어쩌다 상한 우유를 마신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단순 식중독 혹은 여러 종류의 감염성 질환 때문에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이렇게 위험하고 혐오스런 식품으로 취급받았던 우유를 모아서 빈민들의 구호식품으로 만든 사람이 '세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스퇴르이다. 살균하고 보존하는 기술의 개발 덕분에 우유는 그야말로 슈퍼 푸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파스퇴르 연구소의 후계자 메치니코프에 의해 우유는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최고의 장수식품으로서 명성을 갖게 되었다.

지금 우유는 완전한 식품일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유제품이 일상화된 지금에서 우유 섭취의 체질적 기준을 제시해 본다면 간과 담낭, 췌장, 위장과 같은 소화기가 발달한 태음인과 소양인은 유제품 흡수가 쉽다. 꼭꼭 씹어 먹거나 발효가 잘된 상태의 유제품 섭취는 건강에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소화 효소가 부족한 소음인과 태양인은 흡수하기 힘든 유제품의 과용보다는 신선한 채소류와 과일, 그리고 해산물을 먹어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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