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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축제에서 시작하는 아시아민속예술축제
  • 수정 2017.08.09 10:28
  • 게재 2017.08.09 10:28
  • 호수 334
  • 19면
  •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report@gimhaenws.co.kr)
   
▲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얼마 전 동상동 김해전통시장에서 보았던 광경은 오랜만에 이 도시에 정착한 필자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방콕이나 사이공 등 동남아 도시의 시장에 간 것 같았다. 판매대의 과일과 채소는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열대성 물건이고, 이를 사고파는 사람들 또한 외국인들이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더 혼돈스러웠다. 그 속에서 낯익은 것은 그들이 주고받는 한국 지폐뿐이었다. 

김해는 경기도 안산 다음으로 이주민이 많이 사는 도시다.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등 2만여 명의 아시아인이 살고 있다. 이들은 주말이면 이곳 동상동 원도심 지역에 모여든다고 한다. 이들을 위한 여행사와 은행, 옷가게, 음식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몰려 있다 보니 작은 아시아촌을 형성하고 있다.

전통시장 입구 거리 종로에는 2014년부터 10월이면 이주민과 선주민(한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다문화축제 '종로난장'이 열린다. 난장 기간 동안 이주민밴드와 동상동풍물단 등의 공연이 열리고,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와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되는 프리마켓이 열려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북적인다. 아시아인들이 모처럼 함께 어우러지는 '다양성 속의 화합'이 이뤄지는 셈이다.  

자기 나라의 울타리를 벗어나 축제를 통해 아시아인이 연합하여 하나 되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도 그러나 잠시뿐. 일상으로 돌아가면 곧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다시 단절과 불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종로난장을 상설화 하자는 의견이 많다. '김해 이주민의 집' 수베디 여거라즈 대표(네팔인 출신)는 "종로난장이 일 년에 한번만 진행되다보니 아쉬움이 크다"며 "일 년 내내 상설행사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축제 장소의 협소함 때문에 시장 상인들의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일 년 내내 축제를 하면 납품차량이 드나들 수 없는 데다 고객의 시장 접근도 어려워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넓은 축제장소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김해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인근에 '다어울림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8월에 광장이 완공된다. 그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매주말에 작은 다문화축제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축제가 상설화된다면 우선 이주민들이 각 나라별로 자국의 민속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이뤄지면 좋겠다. 민속 춤과 음악, 놀이 등을 통해 모국과 자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으며, 타향살이의 고단함과 외로움도 날려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프리마켓을 활성화하여 나라별 컵음식, 예술가들이 만든 간단한 예술품이나 액세서리, 옷과 신발을 비롯한 생필품 등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빼면 연간 8개월 정도 축제가 열릴 수 있다. 나라별로 연 2회 자국 민속문화를 선보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 공연을 준비하며 함께 연습하다보면 자국 커뮤니티가 활성화 될 것이다. '베트남의 날' '네팔의 날' 등으로 축제를 상설화한다면 김해시민은 물론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각광받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국가를 넘어 아시아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시아인들이 연합하여 합창단을 조직하여 아시아의 화음을 만들어낸다면 금상첨화다. 

작은 다문화축제가 자리 잡는다면,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민속예술축제를 개최해봄직도 하다. 아시아 국공립 민속예술단체들이 동남권 최고의 명품 공연장으로 꼽히는 김해문화의전당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한편, 한국과 김해의 민속예술도 함께 공연하고, 이를 계기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한다면 김해는 아시아민속예술의 허브로 떠오를 것이다. 김해 거주 이주민 민속예술팀이 고국의 프로 민속예술단 공연 전에 무대에 올라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면 이들에겐 더없는 격려가 될 것이다.  

작은 다문화축제에서 시작하는 아시아민속예술축제는 김해의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김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김수로왕과 인도 출신 허황옥의 국제결혼 설화가 이 축제들에서 되살아나는 그림을 그려본다. 축제들이 자리 잡는다면 관광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김해시가 추진하는 유네스코 민속·공예 분야 창의도시 지정에도 플러스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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