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맬킨, 임상·분석 연구
정신장애 아니라 필수 심리요인
SNS 빠지면 부정적 요소 악화



"잘 나가는 아재들의 지적 나르시시즘의 향연 같다." "남은 것은 인지 부조화, 터무니없는 나르시시즘뿐…."

대중의 시선을 끌려는 떠들썩한 홍보 활동이나,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습관처럼 셀카를 찍어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유명인이나 정치인을 두고 우리는 흔히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나르시시즘은 '허세' 또는 '잘난 척'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는 나르시시즘을 불쾌하게 여기지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성격 특성으로 보기도 하고, 때로는 희귀하고 위험한 정신 건강 질환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모든 나르시시즘은 이럴까. 나르시시즘은 무조건 허영심으로 나타날까. 또 관심을 구걸하는 행동이 나르시시즘의 전부일까. 그 해답은 최근 출간된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은 극단적 나르시시스트였던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자가 된 미국 하버드대학의 임상 심리학자인 크레이그 맬킨 박사가 25년 넘게 수많은 임상과 분석을 바탕으로 나르시시즘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질문의 답부터 밝히자면, 맬킨 박사는 이런 인식을 "틀렸다"고 주장한다. 나르시시즘은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 성향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오만한 얼간이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흔히 대다수 일반인들이 갖고 있던 나르시시즘의 부정적 편견을 깬다.

저자는 "대부분 사람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하고 독특한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말한다. 반대로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비율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맬킨은 나르시시즘을 치료해야 할 정신장애가 아니라 살면서 꼭 필요한 심리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나르시시즘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맬킨은 사람을 진정한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게 하는 모든 현상은 나르시시즘 중독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를 테면 SNS가 대표적이다.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처럼 SNS는 나르시시즘을 조장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을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게 만드는 SNS는 내면의 나르시시즘을 필요 이상으로 강화할 위험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맬킨은 사이버 공간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으려면 '나(Me)에서 우리(We)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는 분명 존재한다. 맬킨은 이들은 변화의 대상이 아니므로 "자기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마치 유독성 물질을 대하듯 가능한 한 접촉을 제한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저자는 대다수 건강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르시시즘 스펙트럼의 일정 범위에 머문다고 말한다. 그 범위 안에서 스펙트럼의 좌우로 약간씩 이동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게 맬킨의 분석 결과다. "사람들은 저마다 재능과 욕망이 있고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다른 사람들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훌륭한 인생이다. 그것이 건강한 나르시시즘이다."

부산일보 제공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