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인간이 먼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맹자는 <맹자> '진심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성이 중하고 사직(社稷)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 러시아의 시인·소설가인 알렉산드르 푸쉬킨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이다'라고 외쳤습니다.

마쓰시다전기를 창립한 일본의 세계적 기업가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저서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마라>에서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라. 그 후에 정치를 생각하고 경제를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일을 생각해야 한다.'

2009년 3월 G20 정상회담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습니다. 비정부기구, 노동조합 등이 연대해 정상회담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들이 외친 구호는 이랬습니다. '인간이 먼저다(Put People First).' 기업의 이윤과 경쟁보다 인간이 우선하는 가치라는 주장이었습니다.

201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 좌파의 연대후보로 장 뤼크 멜랑숑이 나섰습니다. 그는 4500만 프랑스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며 사회당의 올랑드와 대중운동연합의 사르코지를 위협했습니다. 그가 내세운 선거 공약 구호는 '인간이 먼저다(L’humain d'abord)'였습니다. 비록 낙선했지만, 그의 선거공약집은 나중에 책으로 출간돼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말의 배경은 다 달랐지만, 어쨌든 '세상 일에서 돈, 권력보다 사람을 더욱,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기본 생각에는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최근 김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이 먼저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외친 것을 보면 '세상 일은 돌고 돈다'는 '역사 순환론'이 맞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해에서는 '인간이 먼저인가'를 가름해볼 수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한 업체는 한림면 신천리에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를 짓는다고 했습니다. 생림면과 상동면에는 동물화장장 3곳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장유 능동중학교와 삼문고등학교 학생들은 먼지가 자욱한 장유터널을 걸어서 등하교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을 확장한다면서 엄청난 소음피해에 시달릴 김해시민들을 홀대했다가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다행히 김해시는 최근 몇 가지 현안에서 '인간이 먼저다'를 생각하는 행정을 펼친 것 같습니다. 김해시는 장유터널을 오가는 버스노선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인간이 먼저다'라는 가치관을 두고 보면 최선의 결정입니다. 김해시는 또한 업체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낸 SRF 열병합발전소 승인 신청에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절차를 어긴 동물화장장에도 불승인 조치를 내렸습니다. 시의 행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앞으로 행정심판, 행정소송까지 가더라도 김해시가 끝까지 '인간'을,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을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김해에는 이밖에도 많은 현안들이 있습니다. 난개발, 김해신공항 건설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런 현안들을 다룰 때도 경제성, 효율성, 도시의 발전 같은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개념 대신 인간, 삶, 문화 같은 아름답고 따뜻한 가치관들이 우선시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