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베껴 만들어’ 태어난 봉구
사실 들통나 겪는 우여곡절 다뤄


"나는 진짜일까, 진짜가 있고 내가 진짜를 닮은 가짜라면 어떤 느낌일까?"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이 질문이 <복제인간 윤봉구>의 출발이다. '복제인간'을 다룬 국내 최초의 SF 성장소설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12세 소년 봉구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에서 자장면이 제일 좋은 봉구는 최고의 자장면 요리사가 되겠다며 학교가 끝나면 친구 소라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경영하는 동네 중국집 '진짜루'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시골 학교 과학교사인 엄마는 형과 자신을 살뜰히 보살폈다. 그는 티격태격하지만 형과도 서로를 은근히 챙기며 살았다. 봉구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봉구는 엄마와 이모의 대화를 통해 우연히 자신이 천재 과학자로 불리던 엄마의 실험 때문에 형의 복제인간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청난 비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어느 날 '나는 네가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받으며 어린 윤봉구의 인생은 위기를 맞이한다. 엄마와 형, 이모 말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평화롭던 봉구의 일상은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됐다. 혼란과 공포에 빠진 봉구는 어쩌면 심장이 약한 형의 치료를 위해 엄마가 자신을 만들었을 것이라 추측하며 세상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분마저 가진다. 지구 최초의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디론가 혼자 끌려가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떤다.

그런 봉구를 잡아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장면이다. 소라 아버지도 통과하지 못한 맛 감정을 거뜬히 통과한 봉구는 '춘장의 고수' 소라 할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본격적으로 요리 훈련을 시작한다. 그때 농구를 하다가 형이 쓰러진다. 봉구는 형의 심장 수술을 위해 자신이 희생할 때가 온 것인지 걱정하며 자장면 집 계단 아래쪽에 숨어 혼자 잠이 든다.

사라진 봉구를 찾기 위해 난리가 나고 봉구는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다. 엄마의 정성스러운 간호로 깨어난 봉구. 엄마는 과학자의 호기심으로 복제인간 실험을 했지만 봉구가 태어난 순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아들을 얻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엄마와 형의 진심 어린 사랑을 느끼며 봉구는 더 이상 진짜, 가짜 고민이 필요없다는 걸 느낀다. 신문기자였던 소라의 아버지가 쪽지를 보낸 사람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봉구는 그를 용서한다.
'인간 복제'라는 다소 난해한 소재를 어린이의 생활에 도입해 '자아 정체성' 고민을 풀어낸 작가의 글 솜씨가 놀랍다. 비룡소가 주최한 제5회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부산일보 제공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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