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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대대로 고향 지켜온 어르신들이 마련한 전국 최고 ‘해바라기 축제’(16) 함안 법수면 강주마을
  • 수정 2017.09.20 15:27
  • 게재 2017.09.13 10:13
  • 호수 339
  • 12면
  • 이경민 기자(min@gimhaenews.co.kr)
함안군 법수면 강주마을 해바라기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수백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즐기고 있다.

 

2013년 6만 여㎡에 900만 송이 조성
해마다 9월이면 다양한 프로그램 행사

낙후 마을 소득 올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노인들 나이 탓 수익사업 못해 빈털털이
올해부터 입장료 2000원 받아 고민 해결

 

'해님의 얼굴은/ 보고 또 보아도/ 자꾸만 보고 싶어/ 어느새 키만 훌쩍 컸구나’(이해인의 시 '해바라기' 중에서)
함안군 법수면 강주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몇 채 보이지 않는 주택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 풀내음 섞인 흙냄새가 김해의 자연마을을 닮았다. 마을 앞에 세워진 세 개의 비석도 낯설지가 않다.

마을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 축제 준비로 바쁜 모양이다. 행사장 스피커를 통해 구수한 노래가 흘러나왔고, 그 옆에 차려진 천막식당에서는 장사 준비가 한창이다. 전봇대에 매달린 생뚱맞은 인형들이 귀엽다. 마을 곳곳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은 여행객들에게 좋은 '포토존'이 돼 준다. 벽화 그림은 모두 해바라기다. 마을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주변에는 모두 해바라기 천지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자체적으로 조성한 해바라기 동산이다. 면적은 무려 6만 6000㎡에 이른다. 강주마을은 이곳에서 해마다 9월에 '강주해바라기 축제'를 연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마을 입구에서 걸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평지에 '해바라기 2단지'가 조성돼 있다. 거기서 언덕을 따라 다시 5분을 더 가면 마을의 대표적인 해바라기 군락지인 '해바라기 1단지'가 나타난다.

동네 담벼락에는 해바라기 마을을 상징하는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있다.

아직은 햇살이 따갑다. 걸쳤던 겉옷을 벗어 허리에 감았다. 두리번거리며 언덕을 오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백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기자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갑자기 수많은 군중 앞에 선 듯 머쓱한 기분이 든다. 얼굴은 있는데 눈과 입이 없으니 반기는 것인지, 그저 놀란 것인지 속을 알 수가 없다.

주변의 관광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사진이 잘 나오는 위치를 찾느라 바쁘다. 어린이집에서 온 단체 손님들도 보인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어린이들이 자꾸 꽃밭으로 들어가자 교사가 소리를 친다. "더 놀고 싶은 사람은 주말에 엄마 아빠와 함께 또 오세요~!" 어린이들은 자신의 키보다 큰 해바라기 사이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병아리 같은 어린이들과 노란 해바라기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귀여운 어린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 몸을 뒤로 돌렸다.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껏 마주 보고 서 있던 해바라기들이 이번에는 단체로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마치 삐져 고개를 돌린 어린이 같았다. 그 뒷모습도 장관이라 카메라를 꺼내든다.

강주마을은 과거 함안조씨 집성촌이었다. 마을 입구 비석들은 그들의 것이다. 현재 인구는 총 4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마을에 어린이가 없다 보니 초등학교도 2년 전 문을 닫았다. 법수면 전체를 통틀어도 초등학생이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동네 담벼락에는 해바라기 마을을 상징하는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있다.

낙후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득을 올리기 위해 주민들은 2013년 자발적으로 해바라기 밭을 조성하고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올해는 6만 6000㎡ 면적에 900만 송이 해바라기를 심었다.

해바라기 축제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축제 기간 중에는 페이스페인팅, 빵 시식, 타투, 치즈 체험, 조랑말 타기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일 오후 4~6시 '도전 해바라기 골든벨대회', '해바라기 씨 옮기기' 등의 행사도 열린다.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강주는 해바라기 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2015년에는 관광객 26만 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구가 적고 고령자가 많아 수익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입장료 2000원을 받고 있다.

강주마을 어르신들은 평생,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대대로 고향을 지켜왔다. 그 모습이 마치 영원히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기다림'이라고 한다. 그 꽃말조차 어르신들의 심정을 담은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고향에 다녀오는 기분으로 노란 강주마을 해바라기를 보고 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김해뉴스 /함안=이경민 기자 min@


▶함안 법수면 강주마을 / 경상남도 함안군 법수면 강주4길 37.
가는 방법 = 진례역에서 무궁화호 승차, 군북역 하차. 이후 함안버스터미널에서 사정행 버스 탑승, 강주정류장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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