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금처럼 살기는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정미순(42·삼계동) 씨는 아버지가 근무했던 부산의 모 신발기업에서 학창시절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부모님의 노고를 덜어 드리려고 애쓰다 보니 성적 역시 늘 상위권이었다. 정 씨는 "지금도 그 회사의 기사가 나오면 유심히 보고, 신발을 살 때는 꼭 그 회사 제품을 사게 됩니다"라며 학창시절 받은 기업의 후원을 현재까지 잊지 않고 있다.
 
대기업에서 지역의 크고 작은 회사들까지 자사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은 지역사회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후원을 하고, 그 혜택을 받은 사회는 기업을 신뢰하는 형태로 되돌아오는 시대이다. 오늘날에는 기업이 사회나 국가경제 발전과 경제·사회의 구조를 규정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 그만큼 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도 중요해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추구 활동 이외에, 기업의 이해 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을 말한다.
 
인구 50만 명이 넘어선 도시 김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커지고 있다. 아직은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지만 김해 경제업체가 모인 단체인 김해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해상공회의소(회장 강복희)가 설립한 김해상공개발㈜은 지역 내 근로자를 위하여 진영읍 여래리에 206가구의 주상복합형 아파트를, 장유면 대청리에 9층 규모의 오피스텔(70호)을 직접 건립한다. 2013년 입주하게 되는 진영읍의 아파트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회원 기업 근로자들에게 공급하고, 나머지는 일반 근로자와 시민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또 근로자들에게는 일반 분양가보다 5~10% 정도 싼 가격에 공급하며, 주택 구입 비용도 김해상의 신협과 지역 시중은행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또한 김해상의는 지역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학비부담을 덜어주고 유능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 장학금 마련에 나섰다. 내년 장학생 지원 규모는 총 109명에 2억3천100만 원으로 결정되어 내년 1월말까지 각 읍면동과 김해상의에서 신청을 받는다. 김해상의는 2020년까지 300억 원 규모의 장학재단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를 후원하는 기업메세나 활동도 중요하다. 기업메세나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활성화되어 있으며, 예술 마케팅과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큰 역할을 보여주는 형태의 후원이다. 이정유 극단 이루마 대표는 창원의 공연단체 '창원오광대'가 지역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전한다. 창원오광대는 공연제작비를 지원하고 공연티켓을 구입하는 지역업체의 탈춤동아리와 연극동아리 운영을 돕는다. 창사기념일이나 연말송년잔치에는 특별공연도 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건전한 노사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근로자들은 공연을 접할 수 있어 좋고, 지역 내 회사 이미지는 이전보다 훨씬 향상되었다. 이 대표는 "기업에서 비용이 나간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기업처럼 광고를 할 수 없는 지역업체의 경우 지역문화예술단체에 후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며 김해에서도 기업메세나 활동이 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김해가 도시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 기업이 눈앞의 이익만을 쫓기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일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시리즈 순서
<1>기초질서부터 세우자
<2>공공디자인 도입 시급
<3>소통·화합하자
<4>민주주의는 시민의 힘
<5>복지시스템 구축을
<6>기업, 사회적 책무 인식해야
<7>미래는 인재에 달렸다
<8>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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