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연구했던 과학자의 변신
“다른 생명체, 인간과 동등 존재”

 

<침팬지와의 대화>는 무명의 젊은 심리학자였던 파우츠가 30년간 침팬지를 연구하며 세계적인 과학자로, 나아가 동물 권익 운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파우츠는 결혼과 함께 아이를 갖게 되자 생계를 위해 우연히 조교 자리가 있는 실험 심리학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다. 맡은 일은 가드너 부부 교수가 키우는 침팬지 워쇼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 입이 아닌 손으로 말하는 수화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워쇼와의 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워쇼는 주어와 동사, 수식어까지 수화로 배우더니 육하원칙의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수화로 혼잣말을 하고, 인형에게 말을 걸고, 나무 꼭대기에 올라 주변 상황을 보고하기도 한다. 인간이 처음 달에 착륙한 1969년, 가드너 부부는 <사이언스>에 워쇼의 언어 발달에 관한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런던의 '더 타임스' 신문은 이를 '천문학에서의 천체 착륙처럼 생물학에서의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한다.

워쇼와의 동행을 이어가던 파우츠는 어느새 침팬지를 실험 대상이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기에 이른다. 수 년 뒤 오클라호마대 영장류연구소로 떠나는 워쇼를 따라 파우츠의 온 가족이 이사를 했다. 연구소의 '비인간적인' 시설에 반발해 총책임자인 레먼 교수와 맞서기도 했다. 그는 아이비리그 예일대에서 심리학과 교수직을 제안했을 때도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의 영장류 연구시설을 둘러보곤 학문적 성공의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지난 30년은 파우츠에겐 성장기였지만 침팬지 입장에선 생존의 기록이었다. 그는 워쇼를 비롯한 침팬지들과 남다른 유대관계를 쌓으며 실험실 동물의 권익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동물원에서 죽음을 맞거나, 의학 연구실로 보내져 죽음에 이르는 실험을 당했다. 워쇼 역시 아프리카 포획꾼에게 잡혀 와 미 공군 실험실로 보내졌지만, 운좋게 수화 연구 실험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운명이 바뀐 경우다. 대부분의 침팬지는 에이즈 같은 감염병 연구나 화장품·신약의 생체 실험 대상으로 이용된 뒤 버려진다.

침팬지 연구를 통해 파우츠는 과학 지식보다 더 소중한 가르침, 인간 역시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과 동등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1993년 파우츠는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기금 모금부터 설계·건축까지 15년 만에 '침팬지 인간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그는 비영리단체 '워쇼의 친구들'도 설립해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의 실상을 알리고, 생물 의학 실험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은퇴 후에도 침팬지 권익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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