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지역 단 두 곳뿐인 사립 고교 중 한곳인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시원스럽게 깔려 있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1996년 처음 문을 연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민병훈·이하 중앙여고)는 김해지역 20개 고등학교 가운데 김해한일여고와 함께 흔치 않은 사립학교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립고등학교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했다. 당연히 대학 진학률도 다른 학교에 비해 떨어졌다. 특히 김해가 고교 평준화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여중생들이 가장 입학을 꺼리는 학교가 됐다.
 
그러나 3년 전부터 기막힌 반전이 있었다. 2002년 재단 이사장이던 현 민병훈 교장은 스스로 교장에 취임하면서 학교 발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모든 교실에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전교생을 수용할 수 있는 독서실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 교육환경을 대폭 개선시켰다. 또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20분 간 전교생 영어 듣기 수업과 상위 3% 이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반을 운영한다.
 
수업시간 동영상 촬영 통한 교사 자질 향상 프로그램

중앙여고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학년 수준별 특기적성교육' 같은 차별화된 수업방식과 수업시간 동영상 촬영과 같은 교사 자질 향상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두 제도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한편, 자기계발을 통한 질 높은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학교의 이런 노력들이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대 정시합격생이 탄생한 데 이어, 38명의 학생이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평균 70%에 머물던 4년제 대학 진학률도 80%대로 끌어올렸다.
 
▲ 지정 좌석제로 운영되는 독서실.(왼쪽) 빔프로젝트를 활용해 수업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중앙여고가 자랑하는 무학년 수준별 특기적성교육은 학년 구별 없이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의 강좌를 선택하는 수업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좌 선택은 매학기 초와 여름·겨울방학 등 1년에 4번 실시하는데, 인기가 높은 강좌는 10분도 안 돼 접수가 마감되는 반면, 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강좌도 있다. 따라서 교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수강신청을 통해 교사들의 인기도는 물론, 교사들의 실력까지 검증되기 때문이다.
 
중앙여고 1학년 4반 담임을 맡고 있는 석희익 교사는 "처음에는 황당하고 피곤했죠. 그렇지만 학교 발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의 교사 선호도가 뚜렷하기 때문에 교재연구와 강의법 등을 꾸준히 개발하지 않으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해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적 상위 3% 특별반 운영 통해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 늘고 4년제 진학률도 80%대로 껑충

중앙여고는 학업성적 3% 이내의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외에 야간수업으로 진행되는 '특별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쟁을 유도, 학업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연 2회의 시험성적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특히 1학년 특별반 학생들은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을 직접 둘러보고 학습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서울지역 대학 캠퍼스 탐방'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중앙여고는 대학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더 많은 입시정보를 주기 위해 교감과 교무부장, 3학년 학년부장 등으로 구성된 '입시전략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경식 입시전략 부장교사는 "지방이다 보니 서울에 비해 입시 관련 정보에 취약하고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면서 "입시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별도의 팀을 통해 명문대 입시설명회를 유치하는 등 수험생들에게 발 빠르게 입시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과목별로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교과교실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중앙여고는 최대의 난제에 봉착했다. 안 그래도 교실이 부족한데 교사 한 사람당 교실 1개씩 배정하기 위해선 무려 15개의 교실이 추가로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인데, 교육청에선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민병훈 교장은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교과교실제가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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