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같은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사실 훌륭한 인재 육성과 유치가 한 도시는 물론 나라의 운명을 바꾼 예는 부지기수다. 인구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도시의 위용을 갖춰 가기 시작한 김해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인재 육성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성장하고 외부 우수 인재들이 몰려야 도시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2007년부터 3년 동안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역임한 김문희 미래도시경제연구소 대표는 "한 도시가 산업적으로 고도화되고 문화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면서 "김해도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장기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인재육성과 산업정책이 가장 잘 맞물려 성장한 도시로 경북 구미시가 꼽힌다. 구미시는 인구 41만여 명의 도시로 기업 수는 1천700여 개에 불과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김해시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적은 기업 수에도 구미시의 지난해 총생산은 65조 원에 달했다. 수출액도 330억 달러로 전국 1%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반도체, 휴대폰, LCD 등 첨단 고부가가치 정보통신 기기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해시는 크고 작은 기업 6천800여 개가 가동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김해시의 총생산액과 수출액은 구미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해의 기업 대부분이 2, 3차 하청업체들로 부가가치도 낮고 기술력과 영속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김문희 대표는 "구미시가 첨단산업도시로 성장한 데는 지역 교육·연구기관들이 기업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식 인재를 육성하고 기술 개발을 주도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구미시에는 금오공업고등학교와 금오공업대학이 기숙사 제공과 등록금 면제 해택을 내세우며 외지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구미시도 1천억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 재단법인 구미시 장학재단을 설립해 지역 우수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해시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도 교육 인프라 부족과 인재 육성 전략의 부재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황석근 김해교육포럼 대표는 "김해는 의생명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인제대학교가 있고 4년제 종합대학인 가야대학교가 있지만 대학들의 연구 역량이 김해의 산업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김해시와 대학, 기업들이 유기적 연계를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재단 규모를 키우고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김해시에는 기금 40여억 원 규모의 재단법인 김해장학회가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혜택을 볼 수 있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김맹곤 김해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100억 원 규모의 '가야인재육성재단'을 설립해 2013년부터 재단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해시가 재정 적자에 발목이 잡혀 장학금 출연을 머뭇거리고 있고 민간의 장학금 모금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류동철 김해교육문화연구센터 전 원장은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외부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 좋은 장학제도가 필수적이지만 김해의 사정은 열악하기만 하다"면서 "최근 김해상공회의소가 300억 원 규모의 근로자 자녀장학회 설립을 추진하는 등 희소식이 있지만 기존 장학재단과 중복운영 가능성을 줄이는 등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리즈 순서

<1>기초질서부터 세우자
<2>공공디자인 도입 시급
<3>소통·화합하자
<4>민주주의는 시민의 힘
<5>복지시스템 구축을
<6>기업, 사회적 책무 인식해야
<7>미래는 인재에 달렸다
<8>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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